[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촌각을 다투는 속도전으로 승부를 걸었던 월가의 대형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속도에 사활을 거는 게임에서 일보 후퇴, 정보로 시장을 압도하겠다는 기세다. 보다 심층적이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보, 이에 대해 차별화된 분석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
1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투자은행(IB), 대형 상업은행까지 월가의 주요 기관투자자는 최근 1년 사이 리서치 부문 예산 책정의 무게를 속도에서 대규모 데이터로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IT) 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오라클과 SAP를 포함한 주요 IT 업체는 주택 가격부터 소셜 미디어까지 포괄하는 데이터를 두루 갖춘 상품을 개발, 월가의 금융회사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SAP의 지난 바스칸 부대표는 “트레이딩의 속도를 높여 승부를 거는 데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 때문에 데이터의 규모와 다양성으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움직임이 월가 IB와 헤지펀드 사이에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대량의 데이터와 정보에서 의미있는 단서를 포착,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월가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한 헤지펀드는 페덱스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과거 10년치 분량으로 확보, 이를 토대로 베팅의 방향을 결정했다.
IT 업체 포트웨어의 알프레드 에스칸다 최고경영자는 “월가 투자가들이 빨리 베팅한다고 해서 늘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떴다”며 “속도전으로 충분한 수익률을 올리지 못할 경우 시스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트레이딩의 추세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월가 금융권은 정보 유출을 방지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일부 IB는 외부 파트너들이 공동 작업하는 트레이딩 전략에 대한 정보를 경쟁사나 다른 투자자들에게 유출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월가 금융회사의 주문을 받아 데이터 분석 툴을 개발하는 업체 데이터아트의 알렉시 밀러 대표는 “작업 과정에 보다 심층적인 데이터와 이를 근간으로 한 수많은 전략을 접하게 된다”며 “상호간 신뢰가 비즈니스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