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스크린독과점, 제도적 개선방안 토론회'서 한 발언들
[뉴스핌=고종민 기자] 치열한 정쟁을 벌이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16일 국내 영화시장의 스크린 독과점 행태를 비판하는 데 모처럼 뜻을 모았다.
그동안 소수 대형 사업자가 독과점식으로 영화시장을 왜곡 유통해왔다는 지적에 정치권이 가세한 것이다.
영화시장 독과점 문제는 그간 탁상공론의 대상일 뿐 실질적인 조치나 공정거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나서서 문제점을 꼬집은 만큼 국회 차원의 제도적 조치가 마련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국회 한류연구회 공동대표인 새누리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크린독과점, 제도적 개선방안 토론회'에 보낸 축사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영화관객수가 1억명에 육박했다"며 "국민 한사람이 2편의 영화를 본 셈이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골라볼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부의장은 "어느 영화관이나 상영되는 영화가 비슷하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경우에도 한 영화가 여러 스크린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영화는 지난달 개봉 첫 주에 전국 상영스크린의 65%를 독점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몇 개 대형 사업자가 독과점 형태로 배급과 상영을 지배하면서 작품성 높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거나 아예 개봉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문화생활을 누릴 선택권을 보장하고 문화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영화산업에서도 공정거래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한국영화의 제작 및 개봉현황에 따르면 제작편수 대비 개봉 편수는 69.4%에 불과했다. 30.6%의 영화가 관객의 선택을 받기도 전에 사장된 셈이다.
3대 메이저 배급사인 CJ E&M, 쇼박스, 롯데 3대 배급사의 영화가 지난 2011년 기준 86.6%의 스크린을 점유했지만 관객점유율은 60.1%에 불과했다. 국내 영화시장의 영화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선택의 폭 제한으로 관객들의 유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국회 한류연구회 공동대표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도 "국내 영화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라며 "우리나라 영화산업도 스크린독과점을 통한 관객몰이가 아닌 순수영화의 작품성과 연출력을 통해 한국만이 아닌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영화산업 발전의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회 한류연구회 연구책임의원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영화를 많은 수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상영해 흥행 성공을 노리는 배급·흥행방식이 국내에서도 일반화됐다"며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가 관객과 만날 기회 자체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의원은 "집으로', '왕의 남자', '워낭 소리' 같은 영화의 흥행 성공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만큼 제작비를 많이 들였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에 성공하고 관객과 더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나지 못한다면 이는 산업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