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외은지점 영업규모 축소
[뉴스핌=김연순 기자] HSBC은행이 2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소매금융 업무을 접기로 하면서 다른 외국계은행의 잇따른 철수로 이어질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HSBC은행을 제외하고 철수계획(소매부문)을 공식적으로 밝힌 외국계은행은 없지만, 수익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철수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금융권 및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HSBC은행처럼 현재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계은행 지점은 총 39개에 이른다. 이 중 서울지점 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지점까지 인가를 낸 곳을 합치면 총 55개 지점에 달한다. 소매금융, 기업금융, 파생상품 거래에 특화된 외은지점 뿐 아니라 국내 교포를 대상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은행 지점 등 다양하다.
국내에서 은행법인 인가를 가지고 있는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을 제외하면 HSBC은행이 외은지점 중 가장 큰 규모다. HSBC은행은 서울지점(기업금융)과 지역지점(소매금융) 등을 합해 지점이 총 11개에 달하는데 이 중 소매금융을 하는 10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다.
HSBC은행이 한국에서 소매금융 영업을 접기로 한 것은 수익성 악화에 기인한다. 애초 HSBC은행은 기업금융에 특화했다가 소매금융으로까지 신규 사업을 확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HSBC의 순이익은 1874억원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42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0%(177억원) 가까이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HSBC의 경우 원래 국내에서 기업여신으로 시작했다가 소매금융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서 "현재 기업여신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HSBC뿐 아니라 외국계은행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39개 외은지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8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1조2310억원) 대비 1432억원(11.6%)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이자이익이 2조1731억원으로 전년도(2조2282억원) 대비 2.5%(551억원) 줄었고, 외환·파생상품관련이익은 -1605억원으로 전년도(1657억원) 대비 3262억원 줄며 적자로 전환됐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외은지점의 영업이 위축되고 규모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철수계획을 밝힌 자산운용과 보험업종 뿐 아니라 HSBC를 필두로 외은지점의 추가적인 '한국 엑소더스'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ING생명과 우리아비바생명,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지난해 한국 시장 철수 계획을 밝히고 매각과 폐쇄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계은행 지점이 아직까지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곳은 없다"면서도 "그동안 수익을 조금씩 내 왔지만 수익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