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하반기 투자·고용 경영환경 조사
[뉴스핌=이강혁 기자] 국내 30대 그룹 대부분이 올해 하반기 투자와 고용을 연초 계획대비 늘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수립한 계획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축소·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축소·차질을 예상한 그룹은 총 10개에 달했다.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는 그룹은 4개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더욱 심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자산 상위 30대 그룹(공정위 기준)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투자·고용 경영환경을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투자는 연초 계획 수준이라는 응답이 23개 그룹(76.7%)이었다. 하지만 연초 계획보다 축소한다는 그룹이 6개(20.0%)나 됐다. 연초 계획보다 확대한다는 그룹은 1개(3.3%)에 그쳤다.
올해 신규 채용은 연초 계획 수준이 23개 그룹(76.7%), 연초 계획보다 축소한다는 그룹이 4개(13.3%)로 조사됐다. 연초 계획보다 확대한다는 곳은 3개 그룹(10.0%)에 불과했다.
고졸 채용도 연초 계획 수준 23개 그룹(76.7%), 연초 계획보다 축소 5개 그룹(16.7%), 연초 계획보다 확대 2개 그룹(6.6%)으로 조사됐다.
연초 계획보다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그룹들은 '자금조달 애로'(2개 그룹),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2개 그룹), '투자관련 규제완화 미흡'(1개 그룹), '내부사정'(1개 그룹)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연초 계획보다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이유에 대해 4개 그룹 모두 '업황 어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연초 계획보다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3개 그룹은 "경기상황에 관계없이 미래의 인재확보차원"이라고 응답했다. 경기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채용을 늘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사 관련 쟁점 법안 중 신규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법안은 '60세 정년 연장 의무화'(40.4%), '정리해고 요건 강화'(23.1%), '비정규직 규제 강화'(9.6%), '파견법 개정'(7.7%) 등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30대 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경영상 어려움은 '채산성 악화'(33.3%), '내수판매 부진'(20.0%), '자금부족'(10.0%), '생산비용 증가'(10.0%), '수출애로'(6.7%) 등으로 나타났다.
기타(20.0%) 의견은 전세계적인 업종 불황, 구조조정, 시장 진입제한 등이었다.
하반기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변수는 '세계경기 회복 여부'(43.8%), '국내경기 개선 여부(40.6%)', '자금확보'(9.4%)였다.
비경제변수로는 '경제민주화 입법'(36.7%), '대기업 대상 조사 강화'(23.4%), '반 대기업 정서'(10.0%), '갑을관계 논란'(10.0%) 등이었고, 기타(13.3%) 의견은 정부 금융지원 여부, 규제완화 여부 등이었다.
특히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도입될 경우 현재 및 미래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에는 영향이 없으나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다른 10개 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투자 프로젝트 및 신규 중장기 미래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외 10개 그룹은 "투자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30대 그룹 중 일부 그룹이 투자와 고용을 계획대로 집행하지 못할 전망"이라며 "경제민주화 입법 및 대기업 조사 강화 등과 같은 비경제변수가 투자와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또 "기업이 투자·고용을 계획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경제활성화 조치를 취하고,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입법을 신중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30대 그룹 하반기 투자‧고용 경영환경 조사 개요
-조사 기간 : 2013.6.18 - 6.26
-30대 그룹 :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KT, 두산, STX, CJ, LS, 금호아시아나, 신세계, 대우조선해양, 동부, 대림, 현대, 에쓰오일, 부영, OCI, 효성, 대우건설, 동국제강, 현대백화점, 한국지엠, 영풍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