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준조정예금으로 들어오면 해결"
[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놓고 대치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은행의 지준잉여가 쌓이면서 은행들은 한은이 유동성을 흡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은은 일종의 '괘씸죄'를 부여하겠다는 태도다.
지준금 예치 의무가 있는 은행들은 콜거래를 통해 지준 과부족을 해결하는데, 지준 잉여가 쌓이면서 콜을 받아주는 은행이 사라지면서 여타 금융기관들도 돈을 돌릴 곳이 없어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5일 현재 업계는 지준일인 다음주 수요일(10일) 지준 잉여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준잉여가 쌓이는 만큼 은행들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이미 한은은 은행들이 지준잉여로 곤란을 겪자 지난 2일 통안계정 입찰을 10조원 규모로 실시했다. 하지만 당시 은행들의 입찰 참여가 저조해 유찰됐다. 은행들의 지준규모 예측에 착오가 있었던 것이다.
한은 금융시장부 관계자는 "지준과 관련한 정부부분 변동에 대해, 한은의 정보력과 예측력이 은행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예정에 없던 통안 입찰을 실시하는 등 은행에 시그널을 줬는데 은행들이 반신반의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더이상의 추가 공개시장조작은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4일 실시된 RP(환매조건부증권) 7일물 매각 입찰은 2.50%의 금리에 34조8000억원이 돈이 몰렸지만 한은은 12조5000억원만 낙찰시켰다.
외형상은 기준금리 2.50%를 유지하는 듯 비춰지나 시장 참여자들은 한은이 2.30%의 금리를 제시했어도 상당한 수요가 몰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안고 있는 지준잉여가 그만큼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시중은행의 지준예측 실패가 자리잡고 있지만, 한은이 지나치게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또 한은은 콜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조절할 의무가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한동안 2.50% 훨씬 아래에서 콜금리가 결정될 텐데, 돈을 돌릴 곳이 없는 우리로서는 매우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시중은행들이 지준조정예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준조정예금은 은행들이 지준잉여를 한은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는 예금으로, 평시 금리보다 1%p 낮아 그만큼 패널티를 입게 된다.
앞선 한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유동성 공급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본다"며 "추가적인 자금흡수를 이례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이 비용은 한은이 감당해야 하므로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