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윤원 기자] 중국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압록강. 그 최단거리는 불과 48m다. 집 앞 편의점까지 거리와 비견될 정도의 그 짧은 거리가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영화 ‘48미터’는 북한 양강도와 중국 장백현 사이 압록강을 목숨 걸고 넘는 이들의 실화를 담고 있다. 영화로 본 북한의 현실은 참담하다. 부모가 총살당하는 광경을 눈 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자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여인, 수 많은 사람을 죽여야만 했던 군인…. 흐르는 압록강 물줄기에 이들의 한과 상처가 굽이굽이 서려 있다.
굶어 죽은 두 아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는 하나 남은 딸을 안고 강을 건널 결심을 한다. 몸이 성치 않은 늙은 아버지를 치료하고픈 딸, 홀로 탈북한 아버지 때문에 온갖 문초를 당한 모녀, 부당한 죽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갈등해 온 군인. 이들은 48m 압록강에 발을 내디딘다. 죽음을 각오한다.
영화는 압록강에 얽힌 아픔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강제북송 당한 탈주민들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사를 고발한다. 북한의 실제 상황보다 수위를 낮춰 스크린에 담았다는 민백두 감독의 설명이 충격적일 만큼, 영화 속 북한의 현실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할퀴며 상흔을 낸다.
스크린 속에는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국의 1970년대를 연상케 하는 거리와 그 속에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은 관객들에게 또 하나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현재까지 북한을 탈출한 사람은 20여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한국에 입국한 사람은 불과 2만3000여 명. 나머지 18여만 명은 대부분 북한으로 강제북송 돼 처형당하고, 간신히 북한을 벗어나도 목숨만 부지한 채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을 떠돌게 된다. 김정일 사망 이후, 현재 북한의 국경은 더욱 철저하게 닫혀 있는 상태지만 자유와 생존과 목숨을 건 이들의 탈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 ‘48미터’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뿐인 생명을 걸고 48m 강을 건너는 탈북민들과, 자유와 평등은 물론 인간의 존엄과 생명까지 말살당한 채 고통받고 살아가는 2400만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살아야했다. 살기 위해 죽어도 건너야 했다’는 영화의 소개 문구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가슴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하게 남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