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대 "적절한 소음있을 때 창의성 높아져"..코피티비티란 관련 업체도 생겨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요즘 커피숍은 만남의 장소보다 어쩌면 '학습과 사무의 공간'으로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듯 보인다.
코피스(Coffice) 족(族)이란 말도 이미 통용되고 있다. 커피(coffee)와 사무실(office)의 합성어로, 회사의 사무실이나 집이 아닌 커피숍에서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무선 인터넷이 '빵빵하게' 지원되고 방해하는 사람이 없고, 쾌적하다, 이런 이유 말고도 실제 커피숍에서 일하는 것이 사무실이나 집처럼 조용한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능률적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출처=브루클린베이스트닷넷) |
특히 70데시벨(db) 정도 되는 커피숍의 주변 소음이 가장 일의 능률을 높여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 나는 주변 소음도 이 정도다.
보고서에선 오히려 50db의 조용한 공간에선 창의적인 일을 하는 능률이 떨어졌다. 물론 85db 수준인 믹서기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돌아가는 소리에서도 일의 능률은 떨어진다.
연구를 진행한 라비 메타 일리노이대 조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조용하면 집중도가 너무 올라가서 개략적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된다"면서 "문제에 너무 집중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게 되는 것이 바로 그래서다"라고 말했다. 메타 교수는 "문제에서 조금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가면 잘 풀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소음은 좀 더 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적당한 수준의 소음이 능률을 높여주는 일의 종류는 '창의적인' 것에 한정된다. 즉, 논문을 교정보거나 세금 계산을 하는 일 등 집중을 요하는 일에 있어선 조용한 환경이 더 좋다는 것이다. "거실에서 TV 그만 보고 빨리 조용한 네 방에 들어가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는 이에 따르면 집중을 해야 하는 과제이므로 '과학적인 잔소리' 셈이다.
이 연구진은 색상이나 인테리어 등이 일의 집중도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컴퓨터 스크린이 파란색일 때 창의적인 일의 능률이 가장 올라가며 빨간색 스크린은 세부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일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창의적인 일은 넓고, 천장이 높은 개방된 공간에서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것을 이미 간파하고 사업으로 연결시킨 곳도 있다. 바로 코피티비티(Coffitivity)란 회사다. 이 회사를 세운 에이스 콜우드는 "커피숍에서 시도때도 없이 일해봤는데 정말 잘 되더라"고 밝혔다.
코피티비티(Coffitivity) 홈페이지 |
3월4일 오픈한 이 사이트는 현재 약 120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는데 한국(서울) 사용자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어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의 순서로 사용자들이 많다. 코피티비티는 현재 앱을 개발중이며 각 나라에 맞는 특별한 사운드트랙을 추가하고 있다. 이를테면 호주 사람들은 미국식 액센트를 싫어하는 것을 고려하는 식이다.
코피티비티 전에도 이런 시도는 있어 왔다. 엘리베이터 뮤직(Elevator Music), 혹은 무작(Muzak)이라 불리는 것이 그것.
쇼핑몰이나 식료품점, 백화점, 크루즈나 항공기, 사무실, 엘리베이터 등에 '적합한' 음악이 있다. 1997년 설립된 무작 홀딩스 코퍼레이션은 각각의 장소에 적합한 음악을 골라주는 사업을 하는 회사다.
엘리베이터 안에선 단순한 음악이 어울리며, 쇼핑몰에선 느리고 사람을 이완시키는 음악이 적합하다. 그래야 사람들은 느슨해져서 물건을 더 훑어보는 여유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장소뿐만 아니라 영화나 비디오 게임 등에서도 이렇게 적절한 음악을 가미할 때 효과가 배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