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비슷한 사정의 다른 기업들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재판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한결같이 이런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은 사실 간절한 바람이다. 재판부의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혹여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은 없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다.
◆7월부터 시작해 하반기 내내 총수들 판결 잇따라
실제 금호석유화학, LIG그룹, 유진그룹 등 재계 여러 기업은 자신들의 총수와 관련된 재판 과정을 이같은 마음을 담아 지켜보는 중이다. 이곳들의 총수 관련 판결은 이르면 7월부터 시작해 올해 하반기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가장 먼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유순태 EN미디어 대표의 뇌물 공여혐의 판결이 7월에 예정돼 있다. 다만, 인사와 휴가 등 법원의 사정에 따라 8월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유 회장에 이어 박찬구 금호석유 회장의 횡령·배임혐의에 대한 판결도 하반기 중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의 사기성 CP 발행 혐의에 대한 판결도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각기 혐의는 다르지는 이들 기업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사회적 분위기가 대기업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데다 최근 법원의 판결도 기업인과 기업범죄에 대해 단호한 판결을 내리고 있어 긴장감이 높다.
앞서 법정에 선 SK그룹이나 한화그룹의 경우도 법조계 일각의 예상과는 다르게 실형이 선고 된 바 있다.
관련 기업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있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속단할 수 없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전 실형을 선고받은 총수들과 혐의나 사안이 다르다는 점은 희망을 주는 요인"이라며 "무엇보다 1심 재판인 만큼 비관할 필요만은 없다고 내부에서는 본다"고 말했다.
◆미래 먹을거리 준비 속도..공판결과 따라 유동적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기업들은 총수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미래 먹을거리 준비에 일단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호석유는 재판을 진행하는 와중에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는 등 성장대로를 닦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발효된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터키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호석유화학은 터키 시장의 중요도를 유럽 및 중동 지역 최고 단계로 격상시키고, 올해 터키 수출 목표를 전년 대비 130% 상향시켰다.
LIG넥스원도 세계 3대 에어쇼인 파리에어쇼에 참석해 최첨단 무기체계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 각별한 정성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FI로부터 약 4200억원의 현금 조달에도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LIG그룹은 LIG넥스원을 2016년까지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시너지가 미약했던 시멘트 사업부문과 하이마트 등 비수익 자산의 매각을 통해 유진기업의 부채비율과 금융비용이 대폭 줄어들면서 올해 1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력사업인 레미콘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업무용 차량지급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잇따라 도입하며 영업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저평가된 금융계열사 유진투자증권의 지분을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하이마트 매각이후 미약해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신규사업 부문은 유 회장의 공판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회사 측은 "다양한 부문의 신규사업을 검토중이나 확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