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제품 업계 사상최대 규모 M&A
[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유제품 기업인 멍뉴(蒙牛)가 국내 유제품 업체 야스리(雅士利)를 124억6000만 홍콩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뉴스 포털 텅쉰재경(騰訊財經)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멍뉴의 야스리 인수합병(M&A) 관련 소식을 전하며 중국 내 유제품 업계 사상 최대 규모 M&A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지난 1년동안 국외 유제품 기업과 목축 업체, 분유 업체에 이르기까지 멍뉴의 국내외 M&A관련 소식이 잇따라 흘러나왔다. 이번 야스리 인수건은 근 1년사이에 4번째로 전해진 멍뉴의 M&A 소식으로 멍뉴 내부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올해 5월 20일 멍뉴유업은 중량그룹,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논(Danone)과 협력을 통해 향후 성장성이 밝은 요구르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광밍(光明)과 이리(伊利)를 제치고 중국 내 요구르트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앞서 5월 8일 멍뉴유업은 중국 최대 젖소 목축 업체인 현대목축업(現代牧業)의 지분 28%를 인수해 현대목축업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는 멍뉴가 고품질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2012년 6월에 멍뉴는 덴마크 유제품 업체인 알라식품(Arla Foods)과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고, 알라식품이 22억 홍콩달러를 투자해 멍뉴의 5.9% 지분을 확보하면서 중량그룹 다음인 멍뉴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현재까지 중국 유제품 업계 사상 가장 큰 글로벌 제휴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올해 6월 4일 중국 공업정보화부(工業和信息化部, 공신부)가 '유제품 품질 제고와 소비자 신뢰 회복 행동 방안'을 제정, 영유아 분유 업체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집중도 제고에 나서면서 멍뉴와 야스리의 M&A를 시작으로 중국 유제품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투자공사(中投 CIC) 식품업계 연구원 젠아이화(簡愛華)는 "멍뉴는 현재 상품 구조가 불균형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영업 수익이 비교적 높았던 요구르트와 분유 영업 실적이 둔화되면서 멍뉴가 우수한 요구르트 제조 기술을 보유한 다논과 제휴를 맺은 동시에 영아 분유를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는 야스리 인수를 통해 상품 구조 개선과 단점 보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멍뉴는 영업 수입 360억 위안(약 6조6500억원)을 달성, 이 중 분유 영업이 차지하는 수입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멍뉴의 최대 경쟁 상대인 이리(伊利)는 분유와 유제품 영업에서만 작년 44억8400만 위안(약 8200억원)의 수입을 달성, 전체 영업 수입 중 10%를 차지했다. 야스리의 2012년 영업 수입은 36억5500만 위안(약 6700억원)으로 분유제품 매출 총이익률이 무려 50%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 전역의 영유아 분유 생산 업체는 127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업정보화부 소비품국 관계자가 소개한 중국 10대 영유아 분유 생산업체는 이리(伊利)그룹이 생산능력 6만4200t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한데 이어, 헤이룽장 완다산(完達山)주식회사가 2위, 페이허(飛鶴) 유업이 3위로 생산능력이 각각 3만3075t, 3만110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스리는 생산능력 2만5800t으로 업계 5위, 멍뉴는 생산능력 4758t으로 업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멍뉴가 야스리를 인수한 이후 업계에서는 멍뉴가 야스리의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업계 4위로 뛰어올라 이리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은 "이번 인수건은 멍뉴와 야스리 모두에게 이롭다"며 "야스리는 원유를 뉴질랜드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멍뉴의 분유 시장 진입과 경쟁력 제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며 야스리에게는 이번 M&A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영유아 분유 업계 시장 점유율은 대부분 외국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듀멕스(Dumex)와 미드 존슨(Mead Johnson), 네슬레, 애보트(ABBOTT), 와이어스(Wyeth)가 중국 산양분유 시장에서 6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멜라민 분유 사건을 비롯한 국산 분유 품질 문제가 잇따라 도마위에 오르면서 중국 분유 업체들이 고급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등 무너져버린 신뢰를 만회하려 애쓰고 있지만 중국산 분유 제품의 중국 1선 도시 시장 점유율은 2%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광둥(廣東)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야스리는 지난 1983년 설립한 유제품 업체로 5000여명의 직원과 수십억 위안에 달하는 자산, 7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광둥성 차오저우(潮州)시와 광저우(廣州)시, 헤이룽장(黑龙江)성 치치하얼(齊齊哈爾)시, 산시(山西)성 숴저우(朔州)시,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에 5개의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멍뉴는 1999년 8월에 설립한 유제품 회사로 지난 2009년 7월 중국 곡물 기업인 중량(中糧)그룹이 이 업체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그 해 8월 중량그룹 위쉬보(于旭波) 회장이 멍뉴의 창립자 뉴건성(牛根生)에 이어 멍뉴그룹 회장에 올랐다.
지난 2010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야스리는 멍뉴에 인수되면서 상장이 폐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멍뉴유업은 지난 2004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