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중국 대형 은행들이 자금경색으로 인한 어려움을 곳곳에서 제기하면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에 나서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투기자금 단속 강화 등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간 자금 조달 시장에서는 자금경색 신호들이 빠르게 감지되고 있는 상황.
이달 초 이후 중국의 은행간 단기 대출금리를 나타내는 7일물 레포금리는 6.85%까지 오르며 지난 2006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앞서 지난 금요일에는 레포금리가 사상 최고치인 6.9%를 찍었다.
1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자금경색으로 은행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당국이 은행들에 자금을 더 풀어야 할지 아니면 그간 이어온 신용 팽창 억제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를 두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현재 중국 은행들은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마지막으로 인하했던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업계 내부적으로는 수요일까지는 지준율이 인하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인민은행은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에버브라이트 증권 소속 슈 가오를 비롯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인민은행이 수 주 내로 신용경색 상황을 완화해줄 조치들을 취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인민은행은 마냥 지준율 인하에 나설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다른 서방국과는 달리 인민은행의 개입은 정부 관계자들의 의지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데, 지난 2009년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신용 확대에 기여했던 중국 정부는 최근 신용 억제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 왔기 때문.
스탠다드차타드 소속 이코노미스트 리 웨이는 “현재 지준율 이하는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거시경제 정책의 변화 신호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신용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외부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당국의 조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중국의 신용 거품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며, 이 거품이 꺼지면 일본식의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WSJ는 따라서 인민은행은 은행들의 자금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 보단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나가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UBS 소속 이코노미스트 왕 타오는 “지난주 이벤트들을 통해 우리는 인민은행이 지나치게 빠른 신용 팽창은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인민은행이 단기금리 보다는 신용 및 통화 공급량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