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강경 태도에 시위 장기화 조짐…주가 다시 급락
[뉴스핌=주명호 기자] 터키 총리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시위는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터키 경제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 또한 자금 회수를 고려 중이다.
6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거래소의 내셔널100지수(BIST 100)는 전일대비 4.7% 급락한 7만 5895.25를 기록했다. 지난 3일 10.47% 폭락했던 지수는 다음 날 5% 가량 반등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총리의 귀국 후 다시 크게 떨어졌다.
터키 통화가치도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5월 초 1.8000리라 수준을 유지했던 달러/리라 환율은 현재 1.9000리라에 근접한 상태며 목요일 한때 1.9050리라까지 오르기도 했다. 터키 2년물 국채 수익률도 6.42%에서 6.78%로 뛰어올라 높아진 투자 불안심리를 방증했다.
정국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도 자금 회수를 준비 중이다. 스탠다드은행의 티모시 애쉬 신흥시장부문 대표는 "정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투자자들에게) 투자 축소를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 투자자금의 유출은 터키 경제에 극심한 타격이다.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상대적으로 외국 자본흐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중 고정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경상적자의 5분 1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투기를 목적으로 한 '핫머니'가 차지한다. 그만큼 자금 유출이 주는 파급력이 크다는 뜻이다.
터키는 이미 성장둔화로 고민에 빠진 상태다. 2011년 8.8%이었던 터키 GDP성장률은 작년 2.2%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터키 GDP가 3.4%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IMF의 예측은 시위가 발생하기 이전에 작성돼 실제로는 더 암울한 결과가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UBS의 마니크 나라인 투자전략가는 "터키는 양적완화 축소에 가장 취약한 신흥국가"라고 지적하며 "외부 자금을 끌어와 경제 성장을 이룩해왔기 때문에 양적완화 종료는 터키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아직 터키를 좋은 투자처로 보는 시각도 있다. 블랙록의 샘 베흐트 신흥시장전문 증권부 대표는 터키가 "뛰어난 기업문화와 안정된 기업들이 많아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BIST 100 지수는 무려 500%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 또한 이런 성장세를 반영해 터키의 투자 등급을 한 단계 상향시켰다.
한편, 에르도간 총리는 시위대에 대한 강경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아프리카 순방을 하고 귀국한 에르도간 총리는 시위자들을 '문화파괴자(vandal)'로 규정하며 즉각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튀니지에서도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시위대를 조종하고 있다"며 공원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시위로 현재까지 2명의 시위자가 사망한 상태며 수 천명이 부상을 입었다. 무암메르 귈레르 내무부 장관은 현재까지 79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중 4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독립 언론 매체들은 지난 5일 시위로 인해 2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