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넘어 권위주의적 체제에 대한 반발
[뉴스핌=주명호 기자] 공원개발 반대 집회에서 반정부 시위로 번진 '터키의 봄'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일 이스탄불과 앙카라 도심에서 시위자들과 경찰이 다시 충돌하면서 이번 시위 첫 공식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어 터키 방송매체 할크TV는 안타키아시 남부에서 경찰 발포로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24만 명의 노조원이 소속된 터키 공공노조연합(KESK)은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파업을 오늘부터 이틀 간 실시할 예정이다.
시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터키 증시도 폭탄을 맞았다. 3일 이스탄불 거래소의 대표주가지수는 하루 만에 10.47% 폭락해 최근 10년 중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터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6.78%로 치솟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이에 대해 "증시는 오르고 내리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투자자들의 우려를 일축했지만, 터키 경제전망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터키는 경제적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투자자금으로 메우는 형편이다. 과거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경제성장률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1년 8.8%이었던 경제성장률은 작년 2.2%로 뚝 떨어졌다.
글로벌소스 파트너스의 무라트 우세르 연구원은 "이미 약화된 터키 경제전망에 이번 시위가 또다른 일격을 가했다"고 평하며 "정치적 불안은 투자신뢰 급락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 은행의 팀 애쉬 신흥시장부문 대표도 "위험-보상 원칙에 기초했을 때 터키는 현재 확실한 이익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터키 투자금액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이번 시위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했던 '아랍의 봄'에 빗대어 '터키의 봄'이라고 불리지만 두 시위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 '터키의 봄', '아랍의 봄'과는 성격이 달라
2010년 말부터 시작됐던 아랍의 봄은 정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열악한 경제에 대한 불만이 계기가 됐다. 반면 터키 시위는 민주화와 경제안정 이후 더 높은 수준의 자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무분별한 개발 정책과 더불어 이슬람주의를 내세우기 시작한 에르도간 정권의 권위주의적 행보가 터키 내부의 불만을 사면서 '터키의 봄'이 시작됐다고 풀이했다. 최근 터키 정부가 제정한 주류판매 금지법도 터키인들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도 에르도간 총리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모로코 방문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모든 사태는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위 사망자 발생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시위자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이번 시위의 배후에 해외 선동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해) 정보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압둘라 귈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선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시위자들의 설득에 나섰다. 궐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떤 것보다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며 시위자들이 평화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이와 관련해 "이번 폭력사태가 염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전국적으로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이번 시위는 81개주 67개 도시로 번진 상태다. 터키의사단체는 강경집압으로 인해 현재까지 18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