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스탄불지수 반등, 리라 환율 폭등 일단 정지 "관망"
[뉴스핌=김사헌 주명호 기자] 터키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닷새 째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현지 주가지수가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면서 국제 투자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져 주목된다. 급기야 한 미국 투자회사는 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나섰다.
지난 3월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등급'으로 상향조정하면서 국제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터키 정부나 투자자들은 당혹해하는 눈치다.
4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거래소의 내셔널100지수(BIST 100)는 37493.59포인트, 4.9% 오른 8만 733.25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 지수는 전날 10.5% 폭락하면서 7만 6983.66으로 마감해 최근 고점 대비로 무려 17.4%나 조정받은 뒤 이날 반등으로 폭락 양상이 일단 중단된 것이다.
터키 리라화도 타격을 입었다. 5월 초순까지만 해도 1.8000리라 수준이던 달러/터키리라(USD/TRU) 환율은 전날까지 1.8800리라까지 폭등했다.
※출처: 블룸버그 데이터, 차트 |
이 가운데 4일 UBS의 신흥시장 외환 및 채권투자 전략가 마니크 나라인은 방송 대담에서 "터키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23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투자회사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는 "터키에 대한 투자를 '제로(0)'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불과 2.2% 성장한 데 그친 터키 경제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이번 투자 중단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컴버랜드의 데이비드 코톡 수석투자전략가는 "사회적 불안이 고조될 경우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으며, 전염 사태가 우려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다만 컴버랜드의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 빌 위더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문화적 충돌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터키 경제나 증시가 장기적으로는 아직 매력적이라고 본다"면서 터키에 대한 철수는 임시적인 것이며 투자를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설명했다. "당분간은 관망하는 쪽"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까지 터키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은 무려 1380억 달러나 유입됐다. 터키는 대형 내수경제인 데다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노동인구도 아직 젊다는 점에서 장기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한편, 반정부 시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총리와 달리 터키 정부는 시위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뷜렌트 아른츠 터키 부총리가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된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게지 공원 집회는 정당하고 합법적이었다"며 최루가스를 사용해 이를 진압한 것에 대해"부적절하고 부당한 공권력 남용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아른츠 부총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전국적으로 경찰 244명과 시위 참여자 6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다만 하타이주에서 안타키아시에서 발생한 두 번째 사망자에 대해서는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부총리는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그는 연이은 시위로 인해 총 7000만 리라(약 420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시위가 지속될 경우 터키 경제 및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바샤란 울루소이 터키관광협회 회장은 시위 이후 "터키를 찾는 관광객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메흐멧 심섹 재무장관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공개적의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시위자들이 국가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터키의 거시적 펀더멘탈은 굳건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3일 알둘라 귈 대통령 또한 시위자들의 진정을 촉구했다. 에르도간 총리가 시위자들을 겨냥해 "의견의 차이는 거리가 아닌 선거를 통해 밝히는 게 적절하다"고 말한데 대해 궐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선거만 의미한 것이 아니다"며 의견 차를 드러냈다.
덧붙여 귈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떤 것보다 존중받아야 한다"며 시위자들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야당 정치권은 에르도간 총리의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마흐무트 타날 공화인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에르도간 총리의) 독재를 끝낼 것"이라며 불안을 야기한 정부를 비난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주명호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