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몇년 전부터 증권업계가 급격히 레드오션화 됐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누구나 말을 한다.
하지만 정작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디에 가서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해서 어떻게 수익을 거둘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다. 다들 답답하고 막막한 표정을 짓는 게 현실이다.
우리투자증권 글로벌 본부장인 김은수 전무는 이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항상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마인드로, 새롭고 오픈된 사고의 유연성을 갖추고, 기존 형식과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행동하고 살펴보라고 외친다.
- 우리투자증권의 글로벌 IB(투자은행)사업이 큰 관심이다. 그동안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 우리투자증권은 글로벌 주요 금융시장에 현지법인 등의 형태로 진출해 있다. 또한 이미 전세계 15개 지역 거점별로 전략적 파트너와의 전략적 제휴체제를 갖추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부터 접촉을 해서 개시되는 거래도 많이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통해서 해외IB와 국내시장의 기관들이나 IB들에 연결하게 된다. 이미 2~3년 정도 차근차근히 준비해 온 작업들이 있고, 올해와 내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딜들이 속속 터질 것이라 본다.
- 최근 헤지펀드 조직 강화를 위해 사내공모를 한 것으로 아는데 선발기준은 어땠나
▲ 이번에 사내 공모에서는 자격조건으로 단 두가지만을 내걸었다. 먼저 '헤지펀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 그리고 '도전의식과 창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
헤지펀드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설명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융합하고 창조할 수 있는 이른 바 '창발적 상상력(creative imagination)'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 조직 내부에서 이미 정해진 일, 위에서 시키는 일만 그대로 해서는 절대 성과는 안 나온다. 예컨대 헤지펀드의 플랫폼을 만든다고 할 때 이런 것은 경영학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어디 가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경험자들도 없다. 따라서 기존의 형식과 틀을 벗어나 융합해야 한다. 조직도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와 같은 '탑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니라 밑에서 부터 올라오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 창의적 사고, 항상 새롭게 도전하려 하고 목표를 달성하고자하는 열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그동안 우리투자증권이 헤지펀드 투자에서 재미를 본 것이 많다고 들었다. 자세히 소개해 줄 수 있나
▲ 헤지펀드 업계에는 시딩(seeding·초기투자)펀드 시장이라는 것이 있다. 신생 헤지펀드로 당장 자금은 없지만 경쟁력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시드머니(seed money, 종잣돈)를 지원해주고 함께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파트너의 선정이 중요한데 프랑스의 대형펀드인 뉴알파펀드와 함께 각 250억원씩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싱가포르에 신규 출범시켰다. 그리고 출범후 두 달만에 3.5% 수익이 나고 있다. 이 펀드는 도이체방크 악사 등 글로벌 기관들이 고객으로 들어왔고 그들로부터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받고 있다. 내년부터는 국내 시장에도 선보일 것이다. 또 싱가포르의 '와리스(WARIS)'라는 상품은 펀드오브헤지펀드(헤지펀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로 전세계적으로 유망한 헤지펀드를 15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대략 연초대비 7%의 수익을 내고 있다.
- 최근 중국에서 우리투자증권의 IB활동 역시 관심이다. 최근 진행 상황을 소개해 달라
▲ 현재 중국에는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기업은 많은 데 시장이 못따라주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정부에서 상장을 시키기 위한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영기업이 우선적으로 상장이 가능하고 뒤를 이어 외국자본이 투자된 기업들이 혜택을 받는다. 따라서 민간기업은 자연히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이런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한국증시에 상장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서도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현지의 IB들과 연결시켜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 우량한 업체를 발굴해서 상장을 위한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상장 목표인 곳이 몇개씩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현지 우량기업이 속한 도시의 당서기가 회사를 방문해서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 기업체에 대한 투자가 있으면 중간에 IB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자금조달이나 신용강화 등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 실제로 중국의 기업고객을 만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언해주나
▲ 최근의 미팅에서는 과거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던 경험들이 있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특히 주주들을 대상으로 IR활동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정도 회사의 능력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선례로 인한 디스카운트 요인도 있을 것이다. 회사로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밸류에이션의 타격을 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측면에서도 이렇게 얻어진 기록들이 쌓였을 때 더 큰 성과를 향한 디딤돌을 놓게 될 것이다.
- 최근 증권업종이 급격히 레드오션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극복할 전략이 있나
▲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무한경쟁시대에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과 방향성 제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또한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의 일원으로서 갖는 시너지 효과도 절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그동안 다양한 위기와 환경변화를 경험해왔다. 그러는 동안 내부와 외부,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다양한 조직원들이 모여서 위기를 극복하는 자생력과 함께 다양성, 상상력을 존중하는 문화를 갖추게 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업무가 이미 매트릭스 조직화 돼 있다. 이미 3~5년전부터 이미 이같은 변화를 선제적으로 겪어왔다고 본다. 미래의 조직은 사고가 경직되면 안된다. 유연하고 자유롭고 항상 오픈돼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견급보다는 신참급이, 신세대 젊은층일수록이 더 오픈돼 있고 새로운 문화에도 잘 흡수될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장점을 시장의 노련함과 연결시켜 부가가치로 창출해 내야 한다. 그렇게 궤도에 오른 상품은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복원시키는 것이다. 충분히 또다른 형태의 IB나 트레이딩, 리테일 상품으로 보강할 수 있다고 본다.
- 앞으로 금융투자 환경이 어떻게 흘러갈 지도 큰 관심인데
▲ 이제 한국 시장은 현재 대표적인 저성장과 저금리, 노령화 등을 겪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우리 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세계가 다 겪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더 중요한 것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 특히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줄수 있는 그런 상품이 필요하다. 그것이 현재의 우리 시장에서 힘들다면 이러한 다양한 요구사항들을 선진 시장이나 선진 솔루션들을 가지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그 정도 레벨의 능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어야 한다.
- 향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 시장이나 투자자, 증권사가 사실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시장에서 핵심적인 두가지 키워드는 '글로벌(global)'과 '얼터너티브(alternative)'가 될 것이다. 먼저 '글로벌'이란 다시 말해 로컬(지역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컬만으로서는 절대 답이 안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글로벌로 갔을 때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 실제로 이 질문은 상당히 어렵고 도전적이다. 하지만 과연 어느 지역에 누구와 어떤 분야에서 어떤 비즈니스를 어떤 방식으로 과연 어떻게 해서 수익을 내느냐, 이 물음에 대해 반드시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희생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얼터너티브'라는 말은 영어로 대안이라는 뜻이지만 기존의 우리가 아는 대안과는 다른 의미다. 즉 다시 말해 지금까지 해오던 것, 이미 시장에 나온 것, 늘상 봐오던 것은 답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대안이라고 해도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스탠다드(표준)'하고 '트래디셔널(전통적)'하고 '클래식(고전적)'하고 '플레인(평범)'하게 뿌리가 내린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 프로필
▲ 학력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요한볼프강괴테대학 경제학
요한볼프강괴테대학원 경제학
▲ 경력
동원증권, 한국산업증권 주식·투자분석부 부장
제일투자신탁 주식운용·국제업무팀 팀장
시스템투자자문 대표
NH-CA자산운용 상무
PCA자산운용 전무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
우리투자증권 Equity 사업부 대표
현 우리투자증권 Global 본부장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