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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교수의 탐조등] 갑을관계의 변화, 시간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 2013년05월21일 14:01

최종수정 : 2014년06월23일 10:49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네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타인에게도 하지 마라는 뜻이다. 공자님이 인간 관계의 근본 도리로서 제자들을 가르친 도덕률이다.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 그것은 불변의 가치를 가진 행동방식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포함하여, 대개의 인간은 그렇게 살지 못한다. 조금만 힘이 생기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 채, 약자를 누르고 괴롭히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 원시적 군거 생활을 가능하게 했던 유전자의 그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월적 지위의 갑들은 여전히 계약관계를 인격적인 관계와 구분하지 않은 채 횡포를 부린다. 목을 매고 있는 을들은 울며겨자 먹기로 갑들의 횡포를 견뎌내곤 한다. 라면상무 사건, 한 우유회사 영업사원의 막말 사건 등 갑을 관계에서 나타나는 볼썽사나운 문제들도 도덕률이 본능을 다스리지 못해 생긴 불상사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단칼에 갑들의 못된 ‘갑질’을 근절하고 싶은 의협심을 불러일으킨다. 불의에 대해 뜨거운 가슴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지만, 구체적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차가운 머리로 대응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세상을 더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들 각자가 을이면서 동시에 갑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물건 팔 때는 을이지만, 살 때는 갑이 된다. 배울 땐 을이지만 가르칠 땐 갑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못된 ‘갑질’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국가가 국민들 생활 구석구석을 감시하며 전국민이 착해지길 강요하는 세상으로 이끌어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갑질’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공익광고 등을 통한 캠페인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인식과 태도는 바뀌지 않는데 행동만 착해지라고 강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세상은 정말 살기 힘든 곳이 될 수도 있다.

그것과 더불어, ‘갑질’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아예 을이 될 기회조차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문제가 된 우유 대리점 사건을 생각해 보자. 우유를 파는 방법은 대리점 방식만이 아니다. 직영점을 통해서 우유를 팔 수도 있다. 현재의 대리점 체제는 두 방법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유리한 쪽을 고른 결과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점 영업에 대한 규제가 들어올 경우, 본사의 행동이 착하게 변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리점보다는 직영점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예 을을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프랜차이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관계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가맹본부는 가맹점 모집을 줄이는 대신 직영점 방식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대리점이나 가맹점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을이 될 기회조차 가져볼 수 없게 된다.

필자는 우리가 앓고 있는 갑을 관계에 대한 해법은 온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적인 처벌은 욕설이나 떡값, 뇌물 등을 요구하는 일, 글자 그대로의 강매 같은 것에 한정하고, 나머지의 갑들을 착하게 만드는 일은 가급적 설득과 교육을 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 문제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이유는 갑을관계에 대한 커다란 규제 없이도 지난 50년간 갑을관계가 지속적으로 좋아져 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예전에는 어느 조직에서든 진급을 하려면 상사에게 개인적으로 잘 보여야 했다. 명절마다 선물은 물론, 진급을 위해 뇌물 주기도 다반사였다.

이제 그런 일들은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이젠 을인 부하직원들에게 갑인 상사가 선물을 주는 경우도 많아졌다. 상사가 부하직원 억지로 술 먹이는 일도 많이 줄었다. 법으로 규제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 아니다.

기업과 고객 사이도 그렇다. ‘고객은 왕이다’를 일부러 가르쳐야 할 정도로 파는 자가 사는 자를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고객의 횡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갑 을의 처지가 달라졌다.

세상이 이 정도라도 바뀐 것은 착해져야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뇌물 없는 회사가 원가를 낮출 수 있고, 고객을 섬기는 기업이 더 물건을 잘 팔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바뀐 것이다. 결국 최종적인 심판자는 소비자다. 그런 과정이 계속 작동하는 한 앞으로도 갑들은 조금씩 착해져갈 것이다. 속도는 매우 느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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