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국내 해운업계가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해운업황 회복 지연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선박을 매각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업황 회복을 위해 정부가 지원 자금을 확대할 것만 기대하면서 버티고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3대 해운사가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올해 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총 1조400억원이다. 이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5600억원으로 단기 만기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업체별로 보면 한진해운은 이달 27일 1100억원, 내달 24일 2500억원 등 상반기에만 36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올해에 이어 내년 초인 2월에도 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5월 14일 2000억원, 10월 22일 2800억원 등 총 48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또한 지난해 2000억원을 상환한 STX팬오션은 오는 10월 27일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여윳돈만 넉넉하면 자체적으로 만기 상환에 대응할 수 있지만 물동량은 감소하고 선박 공급은 증가하는 등, 유동성이 넉넉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업계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국내 5대 해운업체의 부채비율은 2008년에는 15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600%를 넘어서면서 4배나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율은 2008년 7%에서 2012년에는 -3.4%로 적자전환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업계는 최근 LNG선 선박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정관변경을 통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의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방식의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진해운은 자본금 확보를 위한 조치 차원에서 그리스 선주 다이애나시핑에 40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말타호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노력에 나섰다.
현대상선은 재무개선 대책으로 약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위해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늘리는 방식을 내놨다.
STX팬오션 역시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BW와 CB의 발행한도를 기존 각각 6000억원에서 각각 1조원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해운업계 신용분석 관계자는 "자금난과 실적 악화가 맞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위기가 한두 사업장이 아닌업계 전체에 전이돼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돼 올해까지 각 회사가 신용등급이 하락했는데 이같은 신용경색 국면을 해소하지 못하면 해운업계의 상시적 유동성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노경은 기자 (rk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