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이케다 준이치 지음, 서라미 옮김, 메디치 출판)
글쎄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는지 그것이 정말로 알고 싶었다. TGIF, 일찍부터 우리 귀에 익숙한 미국 식당 이름이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금요일입니다!’의 줄임말이란다. 우리는 이 때 ‘야호, 불금이다!’라고 외친다. 불금은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로 주로 술집으로 달려가 죽어라 마시는 개념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 TGIF가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을 의미하는 말로도 쓰인다. 모두 미국 기업이다. 하나같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고, 창업자들이 대학 졸업장에 잉크가 찍히거나 마르기도 전에 회사를 만들었다. 가장 오래된 아이폰의 애플마저 역사가 채 40년이 안 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뼈대로 하는 정보통신산업이 주로 미국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위 네 개의 회사 중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었던 애플을 제외하면 그 뼈대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제3 영역, 응용과 창조의 회사들이다.
애석하게도 애플의 아이폰 역시 애니콜을 만들던 삼성전자의 영역이지 IBM의 영역이 아니다. 재정과 무역, 쌍둥이 적자로 일본과 중국에게 곧 따라 잡힐 거라던 미국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이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들 기업이 득세하기 전, 한 때 한국은 정보통신기술의 세계시험무대(테스트베드)라고 했을 정도로 앞서나갔다. 그 이유가 ‘빨리빨리, 총알배송’의 급한 국민성과 광통신 인터넷이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분석도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래서 우리에게도 ‘테헤란로 벤처거리의 새롬기술, 홍릉 카이스트의 싸이월드’가 있었다.
새롬기술의 공짜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는 지금 이 시장을 주름잡는 미국의 스카이프보다 한참 먼저였다. ‘싸이질’이라는 용어까지 유행시켰던 싸이월드 역시 역사로 치면 페이스북의 할아버지 뻘이다.
그런데 지금 다이얼패드는 구글 보이스 서비스의 핵심기술로 녹아 들어 버렸다. 이는 아무튼지 다이얼패드의 기술력만큼은 대단했었다는 뜻이다. 언론에 따르면 ‘싸이월드 역시 페이스북에 밀려 도토리 바구니의 무게가 말이 아니게 돼버렸다’고 한다.
도대체 미국과 한국이 뭐가 다르길래 먼저 시작했던 기업마저 이렇단 말인가. 이 책에 따르면 ‘공존과 확장’을 위해 ‘개방과 투명성’을 존중하는 미국 (서부)의 문화가 그 비밀이다.
전통질서와 권위를 중시하는 동부, 여기에 대항해 자유와 창조를 중시하는 서부가 미국의 문화를 끌고 가는 두 축인데 60년대 동부의 전통과 권위에 반기를 든 젊은이들이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메웠고, 이들을 히피(hippie)족이라 불렀다. ‘반전, 친환경, 사람이 먼저’를 외치며 자유, 개방, 창조를 숭상했던 히피들을 받아 들인 곳이 바로 정보통신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였다.
이 즈음에서 67년 스코트 맥켄지의 흘러간 팝송 샌프란시스코, ‘머리에 꽃을 꽂고 신명 나는 물결로 움직이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 나이를 초월한 모든 친구들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라는 가사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머리에 꽃을 꽂은 사람, 우리에게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여주인공 여일(강혜정 분)이다.
그러니 히피 역시 우리들 대부분은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거리를 싸도는, ‘약간 맛이 간 젊은이들’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 차이의 핵심이다. 그들이 모두 미국에서 탄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좀 ‘히피스러워’ 보자. 허리까지 기른 머리에 꽃을 꽂아보자. 그것이 자연스러운 테헤란로와 홍릉이라면 구글의 에릭슈미트, 페이스북의 마크주커버그는 ‘오상수, 이동형’ 같은 한국의 젊은이들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 정보통신산업이 성장동력이라고 믿는 행정부 공무원, 기술이나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을 해보려는 사람이거나 이미 창업한 벤처기업가(특히 정보통신 분야)라면 제발 이 책 좀 읽어보길 바란다.
최보기 북컬럼니스트(thebex@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