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고찰 삼파시우 탱화 일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이 그려져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
[뉴스핌=김세혁 기자]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태국 고찰에 뜬금없이 일본 유명 만화캐릭터가 그려져 있다면 어떨까.
화제의 사찰은 태국 중부 수판부리에 자리한 ‘삼파시우(Sampa Siw)’. 700년 역사를 가진 이 사찰에는 놀랍게도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이 들어간 탱화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심지어 이곳에는 도라에몽 네 마리가 줄지어 선 조형물까지 마련돼 있다. 귀와 입, 눈을 막고 있는 일본 전통 원숭이상과 비슷하다. 경내 곳곳의 탱화에는 도라에몽은 물론 가면라이더와 앵그리버드 캐릭터, 심지어 애플 아이패드도 그려져 있다.
태국 고찰에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려 넣은 주인공은 화가 라키탓씨. 10년 전 큰 홍수로 절이 물에 잠기자 훼손된 탱화들을 복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라키탓은 탱화 곳곳에 자신이 좋아하는 도라에몽을 추가했다.
라키탓이 그려 넣은 앵그리버드(사진 위)와 가면라이더 [사진=유튜브 캡처] |
당초 사찰 관계자들과 승려들은 라키탓이 단순히 탱화 복원작업을 하는 줄로 알았다. 복원이 끝난 뒤에도 승려들은 이상한 점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입소문을 듣고 뒤늦게 사실을 알아챈 사찰 관계자들은 라키탓에게 원래대로 그림을 돌려놓으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도라에몽 사찰’이라며 인기가 높아졌고 절을 찾는 사람들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져 탱화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라키탓은 “위엄 있고 신성한 탱화에 도라에몽을 그려 넣는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지금은 누구나 내 그림을 좋아한다”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종교도 보다 개방적으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