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이 제안한 해결책 외에는 대안 찾기 힘들어
[뉴스핌=우동환 기자] 키프로스 사태는 자기 자본 확충과 재정 상태에 대한 규제 실패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로 유로존에 더 큰 위협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9일 파이낸셜 타임스(FT)의 고정 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유로존의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불거진 키프로스 사태가 고통스러운 손실 부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더 큰 위험으로 번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울프는 먼저 키프로스의 일부 은행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키프로스는 상당히 많은 채무를 떠안고 있는 동시에 구제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은행권을 책임져야 할 처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키프로스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채무 비율은 87%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다면 채무 비율은 오는 2017년 106%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는 키프로스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이 아닌 'CCC+'로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 키프로스 은행권이 보유한 자산은 GDP의 7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키프로스 은행권은 붕괴 직전에 놓여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는 키프로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앞서 유로그룹의 제안한 은행 예금에 대한 납세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키프로스 구제금융 비용은 100억 유로가 아닌 172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비용은 키프로스 정부의 재정적자 비중은 GDP의 160% 수준까지 끌어올려 감다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유로존이 당초 제안한 구제금융 비용으로도 키프로스가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르면 키프로스의 공공부채는 2020년까지 GDP의 10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기에는 강도 높은 긴축과 함께 저리의 외부 대출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출처: ECB, IMF, CreditSights. FT에서 재인용 |
유로존이 단일 은행통합기구를 가동한다면 직접 은행권에 대한 자본 재확충에 나설 수 있지만 키프로스 은행권에 예치된 러시아 자금 등을 문제 삼아 주요 핵심 회원국이 이에 반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키프로스에 대한 은행권 예금 과세안은 일견 옳은 해결안이라는 것이다.
울프는 은행 예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도둑질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 상식에 벗어난 견해라고 반비판했다. 그는 은행은 단순히 금고가 아니며 은행권이 고객들의 돈을 원금 그대로 돌려주는 경우는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때때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특정 고객 계층의 자산을 익스포저에 노출하지 않고 사업을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이런 룰이 없다면 은행의 채무는 곧바로 정부의 것으로 은행들은 납세자의 돈으로 투자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울프는 따라서 키프로스 은행 예금주들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가 아닌가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이를 감당해야 하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키프로스 은행권에 대해 유로존 예금자 보호기준인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주에게는 9.9%의 세율을 적용하고 10만 유로 미만의 예금에는 6.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유로존의 제안은 결국 2만 유로 미만 예금주에게 세금을 면제하고 10만 유로 이상 예금주에 대한 세율을 올리는 방안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키프로스 정부와 러시아 측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울프는 키프로스의 모든 납세자들이 은행권 구제에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고 반문했다. 구제금융이 제공되지 않고 10만 유로 미만의 예금주에 세금이 면제되면 나머지 예금주에 대한 세율은 올라갈 것이지만 이는 그다지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실제 키프로스에 대한 구제금융 논의는 추가 피해 확산에 대한 두려움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당한 파장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햇다.
일단 예금 과세안 논의 자체는 예금자 보험에 가입된 예금주에 손실을 강요한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일부 예금주 계층에 구제금융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키프로스 정부는 이같은 제안이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
은행권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충격을 흡수할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키프로스 은행권은 680억 달러의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단지 270억 달러의 무담보채권을 발행한 극단적인 사례.
울프는 결론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유럽에서는 여전히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