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 지역 상권 회복 방안 필요
[뉴스핌=한태희 기자] "사업중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는데...기가차서 말도 안 나오네요...... ."
13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서 식료품점 서부상회를 운영하는 박모씨의 말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중단되자 서부이촌동 주민들 속은 뜰끓고 있다. 소송해야 한다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며 재개발 지역 세입자의 목숨을 앗아간 '제2 용산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되자 용산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모습> |
그는 이어 "소송할 수 있게 돼 차라리 잘됐다"며 감정을 삭이지지 못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빚이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따르면 가구마다 적게는 1억원에서 5억원 이상 빚을 지고 있다.
서부이촌동 이화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사업이 발표된 후 빚을 늘려 자식들 사업 자금을 대준 주민도 있다"며 "개발사업으로 인해 2007년 이후 거래가 거의 끊겨 집을 팔지도 못하고 이자부담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역세권개발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2007년 8월 30일 이후 주택을 구입한 사람에게 주택 입주권 대신 현금으로 보상키로 했다.
주민을 괴롭히는 것은 빚 뿐만이 아니다. 주민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실종된 지역 상권.
용산개발 사업 시작 전 이 지역 상권을 지탱한 것은 대한통운과 서울우편집중국 등에서 근무했던 3000~4000명의 사람들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그들이 점심과 저녁 때 쏟아져 나와 장사가 잘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식료품점 서부상회를 운영하는 박씨는 "그때는 쌀 20㎏를 한 식당에만 하루에 3~4포대 갖다줬다"며 "지금은 하루 3포대도 안 나간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이 있던 부지는 개발지구에 포함돼 지금은 공터로 남아있다.
서울우편집중국 건물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펜스로 둘러쌓여 있다. 사람 발길이 차단된 상태다. 멀리서 보아도 듬성듬성 창문은 깨져 있고 안에 커튼은 펄럭였다. 낮인데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부이촌동에서 중개업하는 박중개사는 "사업 규모가 컸던 사업인 만큼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시간을 끌수록 죽어나갈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