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발표 후, 15.69% 하락..GS그룹 2차전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뉴스핌=고종민 기자] 한 중소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촉망 받던 자회사 지분을 매각했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대주주는 그 자회사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화학시약 제조업체인 대정화금 얘기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알짜 자회사의 미래가치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만 독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정화금은 지난달 중순 자회사인 대정이엠 주식 전량(59만6880주. 24.29%)을 GS에너지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88억4300여만원 가량이다.
대정이엠은 중대형 2차전지 전구체·양극활물질 사업을 하는 업체다. 지난 2011년부터 대정화금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꼽히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연기금은 올해 초 대정화금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 연기금은 지난달 22일부터 대정이엠의 매각이 있기 직전까지 연일 대정화금의 주식 11만9000주(12억8048만원 어치)를 사들였다. 매각이 발표된 후 매수를 중단했다.
대정화금 측은 대정이엠 지분을 매각한 이유를 부실 탓이라고 설명한다. 대정이엠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3억원, 5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지난해는 3분기까지 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대형 2차전지 기업들은 지난해 노트북 수요 침체, 전기차 수요 부진, 과잉투자 등으로 가동률을 대폭 줄였으며 대정이엠 실적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송기섭 대정화금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여전히 대정이엠의 주요주주로 남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송 대표는 현재 대정이엠의 지분 22.73%(54만3700주), 송 대표의 특수 관계인은 23.97%(55만7420주)를 보유하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46%를 넘는 규모다. 나머지는 설립시 공동투자했고, 이번 지분을 인수한 GS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다.
대정화금 관계자는 대정이엠 매각의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의사 결정은 경영진 측에서 한 사항"이라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사 결정을 내부 직원이 알 수 없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60억∼70억원 가량인 대정화금 입장에서는 대정이엠의 부실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대정이엠의 대표이사도 맡았던 송기섭 대표가 대정이엠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매각한 것이라고 밝힌 부분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도 대정화금의 주주를 위해 매각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정이엠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GS그룹은 2차전지 사업을 자회사 사업군에 편입했다. GS칼텍스가 이번 대정이엠의 최대주주 지위 확보로 음극재사업(PCT)·연료전지개발(GS퓨얼셀)·박막전기개발(GS나노텍)에 이어 2차전지 관련 네번째 사업 포트폴리를 갖췄다.
한편, 대정이엠은 지난 2000년부터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했고 특허권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다우코캄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본격적인 매출 성장세가 시작됐다. LG화학으로의 납품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며 올해 매출이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됐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