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국내 13개 부동산전문 신탁사들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진 장기화와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해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사업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셈이다.
26일 부동산전업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 대한토지신탁 등 상위업체를 중심으로 신탁보수율이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주요 업무인 담보신탁의 보수율은 신생 부동산신탁사의 등장으로 0.01%까지 떨어졌다.
반면 토지신탁업무는 담보신탁보다 보수율이 높다. 특히 관리형토지신사업이 신탁사가 자금 입출금 등 업무만을 담당하므로 보수율이 매출액의 1% 미만에서 책정되는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사업비를 조달하며 사업수행의무를 부담해 리스크가 크지만 보수율도 3%선이다.
차입형토지신탁의 보수율이 관리형신탁사업보다 세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에 부동산신탁사들은 소위 '돈 되는' 사업인 차입형 토지신탁에 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5일 공정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이 1161억원으로 전년대비 20.2%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6억원으로 4.4% 줄었다.
매출액 감소에도 한국토지신탁의 차입형토지신탁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4분기 말 기준 113건으로 전기 94건 대비 19건 증가했다. 한국토지신탁의 지난해 신규 수주의 90% 이상이 차입형토지신탁에서 발생했다.
대한토지신탁도 지난 4분기 말 기준 관리형 신탁 사업장이 차입형 신탁 사업장 대비 4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차입형 토지신탁 보수가 9억5649만원으로 관리형신탁보수 2억2208만원의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차입형 신탁 비중이 확대되며 문제는 부동산신탁사가 아파트 분양을 위한 토지매입과 각종 인허가 등 사실상 시행사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분양절차 지연 시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건설사인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요구 등에 대응해야 한다.
시공사 측에서 시행사가 책정한 분양가 인하를 요청하거나 공사비가 밀리면 소송을 걸어 사업권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이 모든 분양과정이 순탄히 처리되도 아파트 분양이 저조할 경우 시행사 유동성은 직격탄을 맞기가 쉽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0위권 건설사들이 줄도산한 이유도 자체 분양사업에서 발생한 미분양으로 유동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전업 신탁사들은 자본금이 어느 규모 이상 되면 이같은 리스크에도 보수율이 높은 차입형토지신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