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10월, 볼리비아는 5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꼽히는 볼리비아가 국채를 발행한 것은 90년만에 처음이었다. 거의 1세기만에 실시한 국채 발행에 5배를 웃도는 투자 수요가 몰렸고, 덕분에 볼리비아는 5%를 밑도는 발행 금리에 자금을 조달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매파 정책위원들이 양적완화(QE)의 조기 종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 같은 전례 없는 시장 동향과 무관하지 않다.
제로금리와 비전통적인 팽창적 통화정책이 위험자산 시장에 버블을 양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21일 1월 회의 의사록에서 매파들의 주장이 확인되면서 금융시장은 커다란 혼란을 빚었다. 하지만 연준의 소위 ‘출구전략’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의견이 투자가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 QE 종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파보다 비둘기파가 수적으로 우세할 뿐 아니라 벤 버냉키 의장과 자넷 옐런 부의장이 강력한 비둘기파의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이 매파로 돌아서지 않는 한 실제 연준이 긴축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버냉키 의장은 내주 의회에서 반기 통화정책 증언을 가질 예정이다. 버냉키 의장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지만 이 자리에서 그가 매파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실물경기도 연준의 조기 긴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가 마이너스 0.1%를 기록한 가운데 세금 인상과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는 움직임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 올해 경기 악화를 경고하는 기업 경영자들이 늘어나는 한편 신규 고용과 임금상승이 모두 정체될 전망이다.
여기에 재정지출 감축까지 맞물릴 경우 실물경기의 충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며, 연준이 QE를 조기 종료하기에는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에포니머스 글로벌 이코노믹스 컨설턴시의 데이비드 헤일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까지 연준이 QE를 종료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1%에 그칠 전망이며, 실물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QE의 조기 종료를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QE의 조기 종료 리스크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실업률이 상승할 여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의사록에서 매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미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연준 역시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QE의 속도조절에 나서더라도 시장이 이를 긴축으로 받아들여 국채 수익률이 크게 치솟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연준 안팎에서 지적하는 과제 중 하나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도 연준의 ‘출구’를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이 강력한 부양책 의지를 보인 가운데 영국의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이 QE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사이먼 헤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통제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며 “상당 기간 이들의 통화완화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긴축은 요원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