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이머징마켓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감원을 포함한 비용 줄이기에 나선 사이 소규모 ‘토종’ IB에 시장을 뺏긴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컨설팅 업체 프리만 앤 코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 IB의 시장점유율이 대폭 감소했다. 현지 은행이 급성장하면서 선진국 IB를 밀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 IB의 중국 점유율은 2005년 34%에서 지난해 말 8%로 급감했다. 서유럽 IB의 점유율 역시 24%에서 16%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은행권의 점유율은 23%에서 69%로 치솟았다.
인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39%에 달했던 미국 IB의 점유율이 지난해 말 11%로 곤두박질쳤고, 서유럽 IB의 점유율 역시 22%에서 13%로 떨어졌다. 반면 현지 은행권의 시장점유율은 20%에서 62%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미국과 유럽 IB의 비중이 여전히 현지 업계를 앞지르고 있지만 입지가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IB의 시장점유율이 2005년 36%에서 지난해 말 31%로 감소했고, 서유럽 IB도 40%에서 31%로 위축됐다. 같은 기간 현지 은행권의 점유율은 12%에서 26%로 상승했다.
업체별로는 크레디트 스위스(CS)와 모간 스탠리, 씨티그룹의 시장 지배력 하락이 두드러졌다.
HSBC의 폴 스켄톤 이머징마켓 뱅킹 헤드는 “선진국 IB가 경영난에 몰린 사이 현지 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IB의 매출 증가가 정체된 한편 감원을 포함한 외형 축소가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지속된 사이 이머징마켓의 경쟁사가 자본 확충과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정부 및 현지 기업 관련 거래를 낚아챘다는 얘기다.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선진국 IB가 비용 감축을 위해 철수하면서 현지 업계가 공백을 채운 것으로 해석된다.
BTG 팩추얼의 휴 옌킨스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IB들이 이머징마켓에서 경쟁력을 더욱 확대할 만큼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시장점유율 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