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뉴스핌 곽도흔 기자] 의약품을 납품하는 35개 도매상들은 지난해 전국에 5곳이 있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의약품 입찰에 참여해 84개 품목에 대해 1원으로 낙찰을 받았다.
그러자 한국제약협회는 임시운영위원회를 열고 1원으로 낙찰받은 도매업체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제약사는 제명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13곳의 제약사들이 공급 중단에 나섰고 1원에 낙찰된 의약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부 환자들이 투약 지연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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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부 곽도흔 기자 |
그렇지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1원 낙찰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의 이성구 서울지방사무소장은 기자들과 만나 "1원 낙찰로 환자들과 국민들이 이익을 본다"며 "이번 사건에서 1원 낙찰은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의 설명은 이러하다. 현재 제약산업에서 병원 내에서 처방되는 원내 처방과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원외 처방의 비중은 2대 8 정도다. 즉 병원 내에서 처방되는 것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이 훨씬 많다.
우리나라는 의약품을 처방하는 권리는 오직 의사에게만 있다. 만약 A라는 약이 원내 처방에서 약값을 1원 받더라도 의사의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면 나머지 80% 시장인 원외 처방에서 수요가 늘어나 만회할 수가 있는 것이다.
병원 내에서만 1원이지 밖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 있으니 1원 낙찰이 손해는 아닌 셈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84개 약들은 시중에서 공급과 수요가 많은 약들이다.
결국 약을 공급하는 제약사나 수요자인 병원 입장에서도 약을 싸게 공급받으니 좋고 병원 입원 환자도, 결국 국민의 세금도 아껴지니 국민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손해보는 사람이 없는 셈이다.
이 소장은 "정부가 1원 낙찰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나선다고 하는데 그냥 놔두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기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발빠르게 의약품 1원 낙찰 대응책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입찰 구매 시 '적격심사제'를 확대 적용할 방침을 발표했다.
적격심사제를 적용하면 현행 국가계약법령 등의 기준에 따르는 경우 예정가격의 79~97% 범위에서 입찰해야 낙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1원 등 초저가 낙찰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제도라도 환자와 국민이 이익을 볼 수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냐는 공정위. 그러나 원내처방 시장에서 덤핑식으로 공급하면 제약업계 전체 경쟁수준이나 질적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공정위를 비판해야 할까, 칭찬을 해야 할까 고민이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