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대북제재 외 수단 없어…산업계에서도 현 정부 대북정책 비판
[뉴스핌=정탁윤 기자]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핵실험 강행시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간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적 위기상황을 제어할 지렛대를 모두 상실한 상태라는 점에서 아무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은 현재 제3차 핵실험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단계적으로 위협을 고조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가 나온 지난달 23일과 24일 외무성과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예고한 데 이어 26일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가적 중대조치 결심'을 밝혔다. 이어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북한의 이번 3차 핵실험은 과거 1·2차 핵실험과는 다른 엄중한 상황이며 핵개발을 위한 마지막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의 대북 금융제제외에 실효성 있는 제재 없어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북한이 동북아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킬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과거 1차, 2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 이미 동원했던 제재조치 외에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추가 제재조치가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이 전체 무역의 70%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 제재에 나서는 것 외에는 마땅한 추가 제재카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중국은 현재 베이징 소재 북한 은행들에 대한 자산 동결을 포함한 새로운 금융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국이라는 빠져나갈 통로가 있어 유엔재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고 북한이 그나마 아파할 수 있는 부분은 금융제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아파할 수 있는 부분은 금융제재, 미국이 과거에 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라든지 또는 북한 선박이나 외부 무역수단을 억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북한은 어렵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어쨌든 북중관계의 경제협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웬만한 외부의 압박이 북한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그러나 북한 정권 붕괴시 동북아지역에서 미중 간 완충지대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나올 수 있는 제재조치는 중국을 제외한 한·미·일 3국의 제제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미일 3국이 동원할 수 있는 제재수단으로는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의심되는 계좌를 동결시키는 이른바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와 북한 금융 기관에 대한 ‘2차 보이콧(북한 기업뿐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 개념의 이란식 금융제재,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운 제재 등이 거론된다. 문제는 이 같은 제재수단들이 이미 동원되거나 가동 중인 상태라 실효성 측면에서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 북한 국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2월12일 공개한 자료사진으로 북한 은하 3호 로켓이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는 모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현지시간)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에 추가 제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진: AP/뉴시스] |
금융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현 정부 5년간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의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이 현 정부 들어 대부분 중단돼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카드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도 전략적 경영인데 현 정부 5년간 정치·경제적 고려 등을 감안해 남북관계 상황에 맞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않고 추진한 현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정책이 국내 주식·금융·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에서 내국인들은 북한리스크에 대해 과거 여러 차례 경험이 있어 무딘 편이지만 투자기간이 짧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북한 이슈가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만 "북핵 이슈는 방산주들을 중심으로 일부 영향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상승폭을 줄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며 "과거 천안함 사태나 북한 핵실험 때를 보면 단기 투심위축으로 작용하다가 저점매수의 기회였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곽 연구원은 이어 "이번 북한 핵실험이 과거와 달리 남북간 무역충돌이나 북한의 도발 등 아주 큰 충격이 아니라면 이번에도 그런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북한 핵실험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