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LIG건설 CP 피해자들이 LIG그룹 4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그 배경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이미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인 구본상 LIG넥슨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이 사기성 CP발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 과정에 약 2000억원의 피해액에 대한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한 상황이다.
형사배상명령제도는 형사와 별도로 민사를 제기해야하는 불편을 해소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로 형사 판결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동시에 민사 손해배상청구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오너가 아닌 LIG그룹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구 회장 일가의 자금동원력이 신통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CP 피해자와 LIG그룹간 소송은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한 CP 피해자 204명이 LIG와 LIG넥스원, LIG손해보험, LIG투자증권 등 LIG그룹 4개사에 1인당 6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소장에서 “2010∼2011년 그룹의 기획 사기 행위에 속아 수천만원∼수억원씩 CP를 매수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체적 피해액을 확인한 후 소송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소송은 구 회장 일가 형사재판에 병합된 형사배상명령 청구와는 별도로 진행되게 된다. 피고가 구 회장이 아닌 LIG그룹 4개 계열사인 탓이다. 현시점에서 LIG CP 피해자들은 구 회장 일가에게 CP 피해 보상을 신청해둔 상황에서 같은 피해액을 LIG그룹 4개 계열사에도 청구한 모양새가 됐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에 불완전 CP 판매 피해배상 소송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약 2000억원의 CP 피해액의 책임 소재는 더욱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이처럼 소송이 얽히고설킨 가장 큰 배경에는 구 회장 일가가 형사에서 패소하더라도 이를 배상할 능력이 안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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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LIG오너일가가 패소한다면 피해 배상을 위해 준비해야 할 돈은 금융권에서 제기한 1200억원을 제외하고라도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2000억원이란 배상 금액이 현 LIG그룹 오너일가에서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은 LIG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LIG손해보험과 LIG의 지분이다. 이 또한 대부분이 금융권에 담보로 묶여있어 현금전환이 여의치 않다.
LIG일가는 LIG손해보험의 지분 23.12% 중 22.99%과 LIG의 지분 100% 중 99.9%를 각종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지분은 부채상환 없이는 처분할 수 없어 사실상 현금창출능력이 없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너일가가 패소한다면 보유부동산이나 그룹의 핵심이 아닌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데, 부동산경기 침체로 고가 매각은 꿈도 꿀 수 없고 비주력 계열사인 엘샵과 LIG투자자문, LIG에이디피는 자산을 모두 합쳐도 500억원에 못 미친다.
실제 CP 피해자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률 측에서는 구 회장 일가에게 2000억원을 배상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정률의 이대순 변호사는 “주요 자산이 모두 담보로 설정돼 있어서 구 회장 일가는 사실상 피해배상 능력이 미미하다고 봐야한다”며 “결국 LIG화재나 LIG 등을 매각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확보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자금 확보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CP 피해자 입장에서는 현금보유력이 높은 LIG그룹 4개 계열사에게 배상받겠다는 계산이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들여다 보면, LIG그룹 계열사들이 구씨일가의 범죄에 가담하였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LIG그룹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공정한 법원의 판결을 통한 배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장에서도 LIG와 LIG넥스원은 LIG건설 연명관리방침에 따라 LIG건설에 총 18회에 걸쳐 2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대여하고,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CP발행대금으로 곧바로 대여금을 상환받는 방법으로 CP 피해자를 양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피해자들의 피해금은 LIG그룹 계열사들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가장 중요한 쟁점포인트는 CP 피해자들의 LIG그룹 계열사의 사기성 CP발행 가담 및 책임여부를 입증하는 것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LIG그룹 관계자는 “배상 책임은 향후 재판을 통해서 가리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