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환율 포비아(공포) 현상이 2월 들어 주춤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따라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기조도 약화되거나 순매수 전환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7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중 기록했던 급속한 원화 강세 기조가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5일 종가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074원으로 12월말 종가 1064.4원보다 10원 높은 수준으로 반등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역시 내심 1050원을 1차 방어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당분간 원화의 급격한 절상압력은 주춤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엔화 약세 유도 정책에 대한 반발도 환율 포비아 현상을 주춤하게 할 수 있는 변수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물론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옌스 바이트만 중앙은행 총재 등 독일 고위당국자들이 연일 일본의 엔저 정책을 성토하기 시작했다”며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EU 경제가 다시 엔저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관리들이 일본정부의 엔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자국의 자동차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자동차산업 역시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환율에 민감한데다가 부품 생산 및 유통과정에 워낙 많은 중소기업들이 포함돼 있어 자동차 산업 업황은 경기 활성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엔저 정책을 비판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아직 엔저 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지만 엔저 현상이 추가적으로 진행돼 엔/달러 환율이 95엔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한다면 엔저 정책을 비판해 엔/달러 환율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EU 경제에 비해 미국 경제가 양호한 상황이지만 지나친 엔저 현상이 지금 막 살아나기 시작한 미국 자동차산업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미 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최근 “일본의 엔 약세로 미국 자동차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따라서,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 급락과 급격한 엔저 현상으로 촉발되고 있는 환율 포비아 현상이 2월 들면서 다소 주춤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며 “더욱이 2월 15일 G20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아베 정부의 엔 약세 유도 정책을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환율 포비아 현상 등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국내 경기 회복 지연과 더불어 환율 포비아 현상 등으로 연초 들면서 확대되고 있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수경기 악화 가능성과 더불어 실제 국내 수출 경기가 원화 강세 및 엔 약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이전까지 환율 포비아 불확실성 리스크는 외국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자금흐름을 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 주식시장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박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포비아 현상이 주춤해질 수 있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국내 수출 반등도 확인된다면 2월을 기점으로 외국인 주식매도 압력도 약화 혹은 순매수 전환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