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당선인측 예방 받고 "인사 문제는 검증 필요" 충고도
[뉴스핌=함지현 기자]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야당과 상의하지 않을 것을 겨냥해 "야당과, 반대하는 사람과, 언론과 전부 다 토론하는 과정을 약식이라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혼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과 유일호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의 예방을 받고 "(대통령 임기) 첫 해, 첫 달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작은 정부라며 (부처를) 확 없앴던 것이 이번에 제 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대목대목마다 굉장히 정교하게, 작은 것이 큰 것을 버리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과정을 생략하면 빨리 갈 것 같지만 더 늦어진다"고 충고했다.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데서 촉발된 비판의 목소리가 좋은 의도의 개편안이라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에 진 부위원장은 "정부조직 개편안은 그동안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것으로 다들 아는 것"이라며 "세부적 사안이 마무리되면 와서 설명드리고 상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도 연구를 많이 해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된 게 있다"며 "만나면 바로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예방에서 그는 "인수위는 언론과 국민에 사전 설명을 해주는 게 필요하고 내용이 적더라도 야당과 대화를 두려워 해선 안된다"며 "당선자가 강하고 힘이 있으니까 여당측에서 보다 적극 대화를 해야 서로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성호 대변인이 전했다.
문 위원장은 "오해가 생기면 피해는 국민에 돌아간다"며 "당선인 측에서 대화요청을 하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부위원장은 "박 당선인도 국회의원을 해봤으니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야당과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인수위 내부에 대한 충고도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에게 정보가 집중되면 직언을 싫어하는데 참모들이 직언을 하지 않으면 정권이 타성에 젖어 나락에 빠지니까 직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윤창중 대변인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들며 인수위의 인사에 대해서도 "인사가 만사인데 인사가 망사가 될 수 있다"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박 당선인이 임명한 것은 아니지만 우려가 된다. 당선인 집권 후 보은심리에서 인사를 하게 되면 코드인사가 되고 국민 신뢰를 상실하는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인사문제만은 보안도 필요하지만 사전에 언론 검증이나 내부 검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민주당 "야당 이해 얻었다는 발표 위한 요식행위 아닌가"
민주당은 이날 인수위의 예방 성격에 대해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야당의 이해를 얻었다고 발표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오늘 방문에 대해서 야당측에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며 "민주당은 야당에게 사전 설명도 없이 정부조직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해놓고 상생정치, 화합정치와 반대로 가는 행보라는 비판과 지적이 생기자 이를 무마하려는 면피성 행보라고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통보했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그런 뒤에 인수위 측에서 재논의를 통해 방문목적을 '문희상 비대위원장 비대위 출범에 대한 예방'으로 수정해서 방문을 받아들였다"며 "그런데 인수위 측에서는 이것을 자기들 목적에만 맞게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 개편안이라는 중대 사안에 대해 야당과 국민들의 의견청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문제지만, 야당과 의견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방문 목적도 자기 입맛에 맞게 발표하는 것은 더욱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전날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예방을 알리며 "유일호 비서실장과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예방해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설명드리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