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되는 건 팔겠다" vs. "해도 너무해"
[뉴스핌=이강혁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웅진홀딩스의 주력 계열사들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웅진 채권단은 팔 수 있는 매물은 조속히 내다팔겠다는 움직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웅진 내부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은 져야 하겠지만 채권단이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웅진의 한 내부 관계자는 "채권단이 회생이 아니라 마치 청산절차와 다름없이 몰아치기식 매각에 나서려는 것은 문제"라면서 "회생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회사는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웅진 주력 계열사 매각 의지는 완강하다. 채권단은 지난 16일 회의를 갖고 계열사 매각 방안 등 향후 웅진의 구조조정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웅진케미칼 매각 절차가 시작된 만큼 이어 웅진식품 등의 매각을 조속히 추진하자는 의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웅진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웅진씽크빅 역시 잠재적 매각 대상이다.
17일 웅진과 채권단,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채권단이 이처럼 웅진의 주력 계열사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웅진 측이 자구계획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크기 때문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웅진이 답을 내놓길 바랬는데 구체적으로 얘기가 진행되지 않으니까 채권단이 협의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담보가 없는 일부 채권기관은 불안감이 더 크다보니 시장이 관심을 보이는 매물을 중심으로 빠른 매각작업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미 웅진코웨이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돼 코웨이로 이름을 바꿨고, 웅진케미칼도 매각 절차가 시작된 만큼 뒤이어 큰 덩어리를 먼저 팔아보자는 의견이 높다.
웅진 사태를 촉발시킨 건설업이나 태양광의 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 등의 경우는 업황이 불투명해 적당한 매수자를 찾기도 어렵고, 이들 매물을 섣불리 매각하려다 보면 오히려 채권변제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는 시장에서도 인수의지를 갖고 있는 곳이 있어 제값받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웅진식품도 협의를 잘 진행하면 어렵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웅진식품의 경우는 지난해 국내 대기업 두곳이 인수의지를 갖고 이미 예비실사 성격의 제안서를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웅진 쪽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이 있으니 무엇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채권자들의 생각은 전체적으로 웅진의 회생을 위해서는 매각할 수 있는 것은 매각한다는 게 기본적인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웅진식품 등의 매각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면 기본적으로 웅진 측과 논의를 거쳐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상 웅진의 의견은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웅진에서는 이같은 채권단의 움직임에 불만이 크다. 향후 회사의 먹을 거리마저 내다팔겠다는 것이 회생이냐, 청산이냐고 반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웅진의 한 관계자는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회사다 보니까 회사를 계속 영위하면서 차입이나 부채를 갚아가는 게 맞지 않느냐"며 "채권단이 어차피 투자자인데 다 팔아서 챙겨가고 회사는 망해버리면 이게 무슨 회생이냐"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차입을 유지하면서 가는 것이고, 돈을 갚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자도 내고 하면서 공짜로 빌린 돈도 아닌데 회사가 안좋으니까 땡겨서 가져 가겠다는 것은 너무 야속하다"며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일터가 달린 문제인데 돈 빨리 챙겨가려고 회사를 팔아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만, 채권단 내부에서도 주력 계열사 매각에 대해 의견은 조금씩 갈리는 분위기다. 특히 담보를 가지고 있는 채권기관의 경우는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며 덜 민감해 한다. 하지만 무담보 채권자의 경우는 조금이라도 신속하게 변제받을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면서 계열사 매각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상황이다.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웅진이 매각을 신청한 웅진에너지의 경우는 웅진폴리실리콘과 묶어서 패키지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업황이 불확실한 만큼 올해 안에 매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