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를 2013년 중 조기 종료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이 오간 것으로 확인된 데 따라 미국 국채시장이 뚜렷한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3차 QE가 사실상 시한 없는 유동성 공급으로 받아들여진 데다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지속된 연준의 국채 매입이 수익률을 사상 최저치로 떨어뜨리는 데 핵심 동력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의사록이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미국 국채의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은 만큼 연준의 움직임에 투자자들은 긴장하는 표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실상 이번 의사록 내용이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 조기 종료 언급, 왜?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정책위원 중 일부가 정확한 시점을 제시하지 않은 채 QE의 연내 종료를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적어도 연말까지 QE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이전에도 연준 내부의 이른바 매파들 사이에 금리 인상과 QE 종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때문에 일단 이번 의사록이 연준 통화정책의 파격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판단이다.
3차 QE를 시행한 직후 이 같은 논란이 의사록을 통해 전해진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나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일부 정책위원들이 연준 대차대조표의 팽창에 경각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QE 종료 문제는 진지한 논의가 오갔다기 보다 가벼운 의견 개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종료를 주장한 정책위원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5조~6조달러로 불어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 실제 조기 종료의 의미는
적어도 1~2년간 유동성 공급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연준이 QE를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연율 기준 2.5%를 웃도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QE를 종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시장 정보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국채를 포함한 자산 매입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거나 금융시장 리스크가 상승할 경우 경제지표가 목표 수준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연준이 실제로 QE를 연내 중단할 경우 경기 회복 측면의 목표 달성보다 정책 실패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TCW 그룹의 브렛 마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의 QE 중단을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고용을 포함한 실물 경기가 충분히 살아나거나 더 이상 유동성 공급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연준이 제시한 경제 지표 목표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QE 효과로 별개로 조기 종료에 따른 부작용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BNP 파리바의 줄리아 코로나도 이코노미스트는 “유연성이 높은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매우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통화정책이 시행됐다”며 “이를 제거할 경우 불거질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