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개청식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왼쪽)가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장을 이동하고 있다. 마치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같다. (사진=뉴시스) |
지난 27일 김황식 국무총리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한 '세종청사 개청식'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정부세종청사 시대가 개막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30분에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에 참석한 이후 내년도 예산안 관련 논의를 위해 급히 여의도 국회로 떠났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종시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집을 구하지 못한 직원들의 출퇴근 전쟁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정부세종청사 인근을 지나가본 사람이라면 청사 인근 주차장에 가득한 관광버스를 보고 한번쯤 놀라기 마련이다.
마치 각 지방에서 세종청사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관광버스 같지만 오후 6시30분이면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싣고 수도권으로 떠날 버스들이다.
기존에 많은 공무원들이 거주했던 과천방향 버스의 경우 금요일이나 눈이 오는 날이면 버스에 빨리 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승차인원이 다 차면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타기 위해서다.
재정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기자와 만나 “오후 7시나 8시에도 버스가 있는 걸로 아는데 왜 그렇게 일찍 가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오후 8시에 버스를 타면 사람은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 있는 집 앞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밤 11시는 훌쩍 넘는다. 말 그대로 잠만 자고 바로 새벽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일부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혼자 세종시에 사는 부하 직원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부하 직원 입장에서 ‘낮에는 공(共)노비, 밤에는 사(私)노비’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다.
모르는 사람은 서울에서 44분이면 도착한다는 KTX 오송역을 대안으로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세종청사에서 오송역에 가는 버스는 최근 들어 셔틀버스가 생기긴 했지만 1시간에 1대뿐이다.
그러면 택시를 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 세종청사 초기만 해도 1만5000원이면 이용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2만3000원에 택시를 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마저 몇 대 없다.
공무원들은 기자들만 만나면 세종청사의 불편함을 호소하기 일쑤다. 이중 절반은 기사라도 써달라고 진지하게 부탁한다.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모든 게 행정안전부가 세종시로 내려오지 않아서라고 한다.
당초에 행안부는 수도권과 세종시를 오가는 통근버스 신설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 등 업무 관련해서 서울로 올라간 공무원들이 대기할 사무실도 만들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세종청사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세종청사로의 출퇴근을 어렵게 한다고 세종시가 조기 정착되리라는 생각은 정말 유치한 발상이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지금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행안부가 세종청사로 내려오는 것.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세종청사로 일부라도 내려와서 직접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재정부 국장급 공무원 A씨는 “앞으로 10년 정도면 세종시 인프라 등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면 나도 공직을 은퇴해서 세종시에 없을 테고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