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이강규 기자]12월의 마지막 두 주는 전통적으로 쉬어가는 주간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시장 참여자들이 연말연시 휴가를 떠나고 시장에는 파장 분위기가 감돈다. 그게 증시의 정상적인 '연말 풍경'이다.
그러나 이번주는 아니다. 재정절벽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트레이더들은 경계감의 끈을 놓지 못한다.
현재 진행중인 워싱턴 정치권의 막판 협상이 올해 남은 2주 이내에 타결되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6000억 달러 규모의 자동적 재정지출 삭감과 증세가 시작되고 미국 경제는 더블딥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협상의 결과가 시장에 미칠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한가히 연말휴가를 떠나지 못한다. 휴가를 낸다 해도 눈과 귀는 워싱턴에 고정시켜야 한다. 여차하면 곧바로 시장에 복귀해야 하는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주 시장의 운전대는 의회가 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 사이의 대화가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2013년이 첫 해가 떠오르기 전에 워싱턴이 여야 합의로 재정절벽 타개책을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로젠블라트 시큐리티즈의 매니징 디렉터인 고든 찰롭은 "연내 재정절벽 해소책이 나오길 기대하지만 정치인들은 무엇인가 제시하기 보다 정치적 줄타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연말 휴가기간 비상대기에 들어간다.
12월 31일까지인 협상시한이 아무런 소득 없이 지나갈 것이라는 우려카 키를 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P500지수는 올해 12.4%의 오름폭을 작성하며 탄력성을 과시했다. 이 지수는 이번주 0.3% 떨어졌다.
이번주 금요일(21일)은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의 4가지 파생상품이 동시에 만기가 되는 '네 마녀의 날(quadruple witching day)'로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연말을 맞아 상당한 포지션 조정과 자선재배정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거센 매도세가 촉발될 수도 있다.
매도세를 초래할 요인은 또 있다.
의회가 재정절벽 타결책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내년부터 인상되는 세금에는 양도소득세와 배당세도 포함된다. 예산협상 연내 타결이 물건너 갈 가능성이 커지면 세금을 의식한 투자자들은 오름폭이 큰 주식들을 12월 말 이전에 처분하려 들 것이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애플의 주가가 지난 9월 21에 기록된 사상최고가에서 25% 가량 폭락한 주된 이유로 세금관련 매도세를 꼽는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금요일(14일) 3.8% 추가로 하락했지만 올초에 비하면 아직도 26%가 오른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주 장기 보유자의 경우 내년의 세제변화 가능성을 감안, 재배정을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협상시한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시장의 긴장감이 몇 주전에 비해 상당히 완화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방위종목의 선전이다. 방위업체들은 정부지출 삭감이 이루어질 경우 가장 심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PHLX 방위종목지수는 올해 13% 가까이 올랐고 지금도 올해 고점에서 불과 몇 포인트 아래에 머물러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규 기자 (kang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