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 추가 약세 전망…외환당국 방어 총력
[뉴스핌=김연순 기자] 엔低(엔화 약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외환당국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원 환율이 100엔당 1300원을 뚫고 내려가면서 크로스거래를 통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총선을 거쳐 내년까지 엔화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원화 강세 뿐 아니라 원/엔 환율까지 속도조절해야 하는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75.6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번주 들어 원/달러 환율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면서 장중 1071원선까지 저점을 낮췄다. 엔/달러 환율도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과 총선을 앞두고 84엔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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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서울외국환중개> |
이러는 사이 엔/원 환율은 1280원선까지 하락했다.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 1월 10일 1514.60원 기준으로는 240원 가까이 급락했다.
엔/원 환율은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에 따라 결정된다. 외환시장에선 추가적으로 원/엔 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엔 숏플레이가 집중되고 있다.
즉 엔/달러 시장에서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고, 다시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는 거래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엔화 대비 원화 강세에 베팅을 하면서 원/엔 환율 숏플레이가 집중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올해 이후 내년까지도 엔화의 추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내년에는 현재 100엔당 1300원 정도인 엔/원 환율이 1150원까지 떨어질 수 있고 내년에 일본 중앙은행(BOJ)가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 내놓으면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0엔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약세에 따라 엔/원과 원/달러, 원/달러와 엔/원이 상호 영향을 주면서 동반 하락할 경우 기업들 입장에선 수출경쟁력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에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도 엔화의 약세 흐름을 주시하면서 원/달러와 엔/원의 추가 하락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400원대 구간이었다면 적극적인 방어를 크게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겠지만, 엔/원 환율의 급락 영향이 외환당국이 본격적인 개입 스탠스로 이어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원/달러와 엔/원 환율이 급하게 빠지면서 사면초과에 빠진 상황"이라며 "당국에서 양쪽을 다 방어하고 있는 상황인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