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최근 엔화약세 기조에 대해 증권가 셈법이 분주하다. 엔화약세가 일본과 글로벌 가격경쟁을 하는 국내 수출대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국내증시 전반에도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로는 엔화약세 기조가 약화되거나 일시적 강세 전환 가능성도 있지만, 중기 관점에선 내년 하반기께 엔화약세 흐름이 굳어지는 쪽에 무게를 둔다.
다만 국내증시에 미치는 여파는 덜 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등 IT의 경우 이미 글로벌 경쟁력에서 일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고,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역시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늘면서 환율 영향권에서 상당부분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김지현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약세의 원인은 아베 자민당 대표이 물가 목표를 2~3%대로 하면서 무한대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는 발언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안정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엔화가 강세로 방향을 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중기적 관점에서 내년 하반기 미국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가면 미일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화약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화강세로 전환되지는 않겠지만 엔화약세 추세 속도가 최근처럼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유익선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양적완화 기조에 대한 비판이 많기 때문에 과도한 수준의 양적완화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본경제의 펀더멘탈이 약화된 상황을 감안해 최근의 엔화약세 기조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엔화약세 기울기가 완만해질 것이란 전망, 또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강세전환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내년도 엔화흐름이 주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데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길게 보면 약세흐름이, 짧게 보면 완만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어찌됐던 내년도 주의할 지표 중 하나가 엔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엔화약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본 수출업체와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자동차와 IT 등 주요 수출 대기업의 주변 환경이 그간 개선됐다는 판단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 IT업종 등 국내 수출 대기업들의 환율 민감도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삼성전자 등 IT의 경우 이미 글로벌 경쟁력에서 일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고,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역시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늘면서 환율 영향권에서 상당부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임은영 동부증권 자동차 담당 연구원도 "자동차의 경우 환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영향의 정도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며 "특히 일본과 국내 자동차기업이 부딪히는 미국시장에서 두 나라 기업 모두 현지생산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 연구원은 다만 "엔화약세 기조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내려가는 등 긴박한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