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각 후보의 핵심공약을 살펴보고 실현가능성을 점검함으로써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핌=이강혁 기자] "기금운용의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난 달 16일, 35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에 대해 이같은 역할모델을 제시했다.
국민경제에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고 대기업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는 경제민주화 실천방안 원칙의 맥락에서다.
박 후보의 이런 선포는 재계 전반을 바짝 긴장시켰다. 공적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강화되면 재벌의 경영권 행사 차원에서도 적잖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이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차원에서는 공적기금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분명한 기조를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대기업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여야 대선 후보 진영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의결권 강화를 포함한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거나 준비 중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민의 돈으로 구성되는 공적기금이 투자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고 이익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시각으로 읽힌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힘을 통해서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의결권 행사 강화는 결과적으로 정치권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바로잡고, 잘된 결정은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잘돼야 투자나 고용이 늘어나고 국가경제에도 보탬이 된다는 점도 지지 입장을 크게 만들고 있다.
사실, 단적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가다. 9월말 기준으로 기금운용의 주식투자 비중은 25.8%나 된다. 385조원에 이르는 기금규모를 놓고 볼때 국내 자본시장에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하다.
국내 주요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더 대단하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만 봐도 각각 6.69%, 6.75%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10대그룹 상장사는 모두 48개사에 달하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수는 180개사에 육박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에서 일반 기관투자자보다 비교적 적극적인 의사를 개진해 왔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총회는 총 465회나 된다. 이중 하나의 안건이라도 반대한 주주총회는 총 316회다. 일반 기관투자자 중 의결권을 가장 많이 행사한 미래에셋자산운용(302회),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269회)에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하지만 의결권을 행사한 465회의 주주총회 안건 중 천성비율이 81.73%에 달해 거수기 눈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안건 반대도 대부분이 정관변경안에 집중돼 있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세부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개선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총수를 정점으로 한 기업집단 단위로 통할운영되고 있는데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이 단일 회사만을 주주가치 훼손의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방안이 양대 대선 후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연기금의 대기업 견제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금운용의 독립성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