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딩크래셔'의 한 장면

미국 메릴랜드 주 법원은 최근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청구소송을 낸 여성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여성의 남편은 결혼식 당일 자신이 불참했으므로 엄연히 부부 사이가 아니며, 이혼소송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버텨 왔다.  

1993년 당시 세계은행에 근무 중이던 노엘이라는 이 남성은 아프리카 콩고에서 열린 아내 마리와 결혼식에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양해를 구하고 사촌을 대신 보낸 노엘은 당연히 혼인서약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장 중요한 혼인서약을 사촌이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 고민하던 노엘은 전화를 걸어 주례의 진행에 따라 혼인서약을 마쳤다.

이후 부부생활을 시작한 노엘과 마리는 2008년 위기를 맞았다. 마리가 노엘이 가정폭력을 휘두른다며 이혼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막대한 위자료와 자녀 양육비가 아까웠던 노엘은 “결혼식 당시 참석하지 못했으므로 혼인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맞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전화로 혼인서약을 했더라도 법적으로 유효하고 혼인관계 역시 성립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노엘은 막대한 위자료는 물론 매월 자녀 양육비 등으로 6000달러(약 650만원)을 보내야 한다.

마리 측 변호사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샀다고 쳐 보라. 직접 책을 골라 점원에게 돈을 준 건 아니지만 엄연히 계약이 성립된다”며 “법원이 매우 상식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