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진발명가 다게르가 촬영한 최초의 인물 사진. 파리 블루바드 몽빠르나스 대로 인근에서 촬영됐다. |
[뉴스핌=김세혁 기자] 옛날 사람들은 카메라가 자신의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해서 사진 찍히는 것을 무척 꺼렸다.
사실 카메라가 막 발명되기 시작한 19세기, 당시 기술로는 사람들을 사진 속에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노출시간이 10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길어서 사람이 꼼짝 않고 가만히 있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실제로 19세기를 전후한 오랜 사진들은 죄다 풍경을 담고 있다. 고즈넉한 농가, 시골길, 자전거, 오후의 창밖 등 풍경사진은 많았지만 유독 사람을 찍은 사진은 없었다. 영혼이 뺏긴다고 해서 사진 찍히는 것 자체를 꺼린 사람들의 심리도 한몫을 했다.
다게르의 사진 일부분을 확대한 것. 구두를 닦는 남성이 포착돼 있다. 오른쪽은 나중에 색상을 입힌 사진 |
이런 이유 때문에 최초의 인물 사진은 의외의 장소에서 탄생했다. 1838년 프랑스 파리 블루바드 몽빠르나스 대로를 촬영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가에 한쪽 다리를 내민 채 구두닦이에게 구두를 닦는 남성이 비교적 선명하게 포착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이 알려지고 나서 사람들은 구두를 닦는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했다. 더불어 두 사람이 본의 아니게 사진에 찍힌 뒤 영혼을 빼앗겨 세상을 떠났다는 괴소문이 파리 전역에 퍼졌다.
이 사진을 촬영한 주인공은 프랑스 화가이자 사진술의 선구자 루이 다게르(1789~1851)다. 그는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물론 누가 처음 이 세상에 카메라를 선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들이 많다. 다게르가 카메라를 처음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사진촬영에 성공한 첫번째 인물은 프랑스의 조세프 니세포르 니엡스(1765~1833)라는 설이 유력하다.
니엡스는 1816년부터 사진기술 발명에 몰두했다. 암실을 이용해 도면에 상을 맺게 하는 기술을 고안하던 그는 6년 뒤인 1822년 석판에 라벤더유와 아스팔트를 녹인 용액을 칠하고 원고를 포개 햇볕을 쬐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프랑스 화가 겸 사진발명가 니엡스(왼쪽)와 다게르 |
포개졌던 원고를 제거하고 약액으로 석판을 씻어내면 빛이 닿은 부분은 녹지 않고 그렇지 않은 부분만 녹아내렸다. 이렇게 해서 상은 얻을 수 있었지만 노출시간이 10시간에 달해 선명도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고민하던 니엡스는 금속판에 동판을 포개 같은 방법으로 실험했다. 그 결과 훨씬 또렷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니엡스는 이런 기술을 ‘태양으로 그린 그림’을 의미하는 ‘핼리오그래피(Heliography)’라고 명명했다.
보다 혁신적인 사진기술을 원했던 니엡스는 1827년 ‘다게레오타이프(Daguerreotype)’라는 사진 현상법을 개발한 다게르와 알게 됐다. 니엡스는 1829년 12월 다게르와 10년간 공동연구에 임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다게르는 매우 약삭빠른 인물이었다. 핼리오그래피가 다게레오타이프보다 뛰어나다는 걸 눈치챈 그는 동업자라는 이유로 니엡스 몰래 핼리오그래피 기술을 프랑스 정부에 팔아넘겨 버렸다. 덕분에 다게르는 세계에서 최초로 카메라를 발명한 인물이 됐다. 니엡스는 공동연구가 시작된 지 4년 만인 1833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참고로 세계 최초의 사진으로 인정 받는 작품은 니엡스의 핼리오그래피를 이용해 촬영한 ‘르 그라의 창 밖에서 내다본 풍경’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사진은 1827년 니엡스가 자신의 방에서 촬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