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미완성 초상화 [1796년 길버트 스튜어트 作] |
[뉴스핌=김세혁 기자]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02.22~1799.12.14)의 미완성 초상화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미국 1달러 지폐의 앞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은 미국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이지만 업적만큼이나 루머도 많았다. 초상화 속에 숨겨진 비밀은 조지 워싱턴이 죽어서도 숨기기 원했던 치부인지도 모른다.
이 초상화는 1700년대 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였던 길버트 스튜어트가 1796년 그렸다. 스튜어트가 조지 워싱턴을 보고 제작한 두 번째 초상화로, '아테네움(The Athenaeum)'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스튜어트는 이 초상화에서 조지 워싱턴의 입 주변을 이상하리만치 불룩하게 묘사했다. 입 자체도 크게 그려넣었다.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비싸며 인기가 높은 이 작품만 유독 주인공의 입을 불룩하고 크게 표현했을까.
조지 워싱턴은 노년에 치아상태가 좋지 않았다. 급기야는 치아를 모두 뽑아낸 뒤 틀니를 착용할 지경에 이르렀다.
조지 워싱턴이 의사에게 보낸 편지 |
길버트 스튜어트가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방문하던 날 아침 하필 틀니가 망가졌다. 조지 워싱턴이 당시 의사에게 보낸 친필 편지에는 “가급적 빨리 틀니를 고쳐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초상화를 그리기에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던 탓에 만약을 대비해 준비한 예비 틀니를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워싱턴은 틀니 수리가 끝난 뒤 느긋하게 초상화를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 마사가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예비 틀니를 착용해야 했다. 당연히 표정이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스튜어트의 앞에 앉아 입에 힘을 주고 있었으니 그림이 부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조지 워싱턴이 1790년부터 1799년까지 사용한 틀니 |
물론 조지 워싱턴은 스튜어트에게 그림을 고쳐달라고 이야기할 참이었다. 하지만 스튜어트가 멋대로 그림을 미완성 상태에서 작업실로 가져가는 바람에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스튜어트는 곧 그림을 완성하겠다고 말한 뒤 작업실에서 복제품을 만들어내 돈을 벌었다. 스튜어트는 이전부터 유명인사들의 그림을 그려 명성을 얻었지만 방탕한 생활 탓에 항상 돈이 부족했다. 결국 스튜어트가 그린 조지 워싱턴의 두 번째 초상화 원본은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어쩐 일인지 입 주변이 부자연스러운 워싱턴의 초상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한 장 있는 원본은 매우 진귀한 작품으로 여겨졌다. 이 그림은 나중에 1달러 도안으로 사용되는 영예를 안았다. 돈을 밝히던 스튜어트가 본의 아니게 조지 워싱턴에게 커다란 선물을 해준 셈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