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증자 단행, 타격 불가피
[뉴스핌=홍승훈 기자] 증권사들의 자본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며 ROE(자기자본이익률) 추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더욱이 업계 대형 빅5인 대우, 삼성, 우리, 한국, 현대증권은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통과를 예상해 대규모 증자를 이미 단행한 상황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ROE는 기업에 투자된 자본을 활용해 어느정도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다. ROE가 높은 기업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이익을 많이 냈다는 의미고, 주가 역시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년동안 주요 증권사들의 ROE 수준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2년(2012년 4월~2013년 3월)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ROE 추정치는 7.02%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주요사들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어 삼성증권(6.26%), 미래에셋증권(5.23%), 대우증권(4.91%), 우리투자증권(4.87%), 현대증권(1.96%) 순. 대부분 5% 안팎까지 주저앉은 상태다.<표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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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에프앤가이드 IFRS연결기준으로 컨센서스는 추정기관수 3곳 이상 |
불과 2년전인 2010년(2010년 4월~2011년 3월) 증권사들의 ROE 수준이 적게는 6%대, 많게는 10%대를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추락이다.
2010년 당시만해도 현대증권은 10.86%로 빅5 중 최고 수준을 보여줬고, 대우증권과 한국금융지주가 8%대,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7%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추락을 시작한 증권사 ROE는 올해 한 단계 더 주저앉았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경우 전년대비 올해 소폭의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의 ROE 추락폭이 컸다. 한국금융지주는 전년도 실적이 워낙 좋았던데 따른 기저효과, 현대증권은 고유자산 투자와 트레이딩부문 손실이 확대되며 이익률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증권은 유일하게 5%대에서 6%대로 올라 눈길을 끈다. 홍콩법인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등 인력 비용부문에서 1000억원 가까이 줄였던 덕이 컸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ROE 추락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따라 국내증시 역시 거래대금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더욱이 최근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국회문턱에서 주저앉으며 많게는 1조원 안팎의 자금을 증자한 증권사들로선 자본 효율성의 급격한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말 대형 빅5의 증자규모는 총 3조 4400억원 규모로 대우 1조1200억원, 한국 7300억원, 우투 6300억원, 현대 5600억원, 삼성 4000억원 등이다.
물론 이번에 법 통과가 됐다 하더라도 당장 증권사들의 ROE를 높이긴 힘든게 현실이다. 박선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법 통과가 됐다해도 단기간에 증권사들이 큰 돈을 벌어 ROE를 크게 높일 수는 없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대형 투자은행 탄생의 근간을 만들어주는 자본시장법이 계속 미뤄지면서 법 통과를 전제로 늘린 증자자금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증권사 경영진 입장에선 법 통과는 비록 안됐더라도 증자를 통한 자본확대 자체는 반길만한 요인이다.현재의 증권업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대형화 선진화를 할 생각이 있는 증권사 경영진이라면 자본에 대한 욕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반 주주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법 통과가 됐다고 가정해도 당장 ROE가 비약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증자한 만큼의 이익창출이 돼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 연초 고가 대비 대부분 대형증권사들의 주가 역시 30% 이상 떨어졌다.
이에 일각에선 증자자금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이를 일반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를 매입하던가 배당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주주들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상당수 증권사들이 당장 돈을 굴릴 곳이 없어 채권트레이딩쪽으로 많이 넣어뒀는데 이러다 잘못되면 결국 피해는 일반주주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