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글로벌 IT업계가 구조조정 한파를 겪고 있다. 샤프, 파나소식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 AMD 등 미국 반도체업체들도 최근 인력감축 작업에 돌입했다. 반면 삼성과 LG등 국내기업들은 오히려 '인재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마케팅학자로 알려진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최근 방한, "위기일수록 우수인력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어 삼성 LG 등은 글로벌 IT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日 전자산업 몰락..떠나는 IT 고급인력
일본의 전자산업은 몰락하고 있다. 내수가 무너지면서 TV 등이 직격탄을 맞았고, 패널 등 관련 산업들이 줄줄이 영향을 받았다. 최근 2~3년간 급격히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일본 업체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일 일본 전자업체 샤프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이 2960명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치 2000명에서 50%가량 웃돈 규모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3만6000명을 해고한데 이어 내년 3월까지 1만명을 추가 감원해야 할 형편이다. 건물과 부동산 등 돈 되는건 다 팔아야 기업이 연명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일본 업체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반도체업체들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지난 14일 전체 직원의 5%에 해당하는 1700명을 정리해고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AMD도 전세계 인력 1만2,000명 중 15%를 감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운명 가른 ‘스마트폰’..모바일 사업이 성패 좌우
글로벌 IT업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모바일' 사업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모바일 사업에서의 철수를 의미한다. TI는 AP 분야에서 스마트폰 대신 자동차에 집중할 계획이다.
TI는 모바일프로세서 사업에서 경쟁사 퀄컴 등에 점유율을 빼앗기며 난항을 겪어 왔고, 삼성전자 및 애플 등 스마트폰 업계 선두주자들이 TI 등으로부터 프로세서를 공급받는 대신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3 |
TI 등으로부터 AP를 공급받고 있는 LG전자 역시 독자 개발을 추진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미 올해초부터 스마트TV는 자체개발 AP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부터 스마트폰에도 자체개발 AP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구조조정..인재확보 기회
글로벌업체들의 잇단 구조조정은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에게는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헨드헌터업체 한 관계자는 "특히 일본계 업체 고급인력들이 한국 기업으로의 이직을 많이 타진하고 있다"며 "기술유출 논란 등이 있을 수 있어 이직 진행속도가 빠르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수인재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그룹이다. '인재제일'은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부터 이어져온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 역시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이른바 '천재론'을 인사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S급 석·박사 엔지니어들은 임원급의 연봉과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본무 LG회장도 최근 인재확보를 재차 강조했다. 최근 진행된 계열사별 업적보고에서 구 회장은 "신사업 분야에서 리더급 전문인력을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인력의 질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인재를 과감하게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