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 매입에다 투자자 안전자산 수요 겹쳐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올해 전 세계 국채시장이 일제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중앙은행이 국채 ‘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유동성이 밀물을 이룬 결과다.
눈덩이 국가 부채가 글로벌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과 투자자의 안전자산 수요가 맞물리면서 국채시장이 활황을 이루고 있다.
5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등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는 물론이고 포르투갈까지 26개 글로벌 국채시장이 일제히 연간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포르투갈 국채시장이 연초 이후 5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고, 시장 외형이 경제 규모의 두 배에 이르는 일본 국채도 1.8%가량 수익률을 올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글로벌 국채 시장 지수는 연초 이후 7.3% 상승했다.
비안코 리서치의 호워드 시몬스 전략가는 “글로벌 국채 시장은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우세하다”며 “강세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2007년 중반 이후 국채 시장은 31%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MSCI 월드지수가 4.2%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24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GSCI 토털 리턴 지수도 21% 떨어졌다.
연초 이후 미국 증시가 13%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실질 수익률의 국채 선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지속하는 데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낮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스미스 앤 윌리엄슨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쿼시 애널리스트는 “주요 선진국이 일제히 전례없는 저금리 기조를 취하는 데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상당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모간 스탠리는 올해 글로벌 소비자물가가 3.4% 상승, 지난해 4.4%에서 상당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상승률은 3.2%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존 주변국 국채 시장도 이번 랠리에서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 국채가 3.4%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탈리아 국채 시장은 17.1%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17개 유로존 회원국 국채 시장은 평균 9.2%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피델리티의 제이미 스튜어드 애널리스트는 “이들 국채 시장이 상승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외부 유동성 때문”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이 없었다면 스페인 국채 시장은 강세장이 아니라 패닉장을 연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