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채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구제금융을 요청하겠다.’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한계수위까지 버티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내비쳤다.
유로존 회원국 정책자와 시장의 압박에도 스페인 정부가 미동조차 하지 않자 금융시장의 ‘드라마’가 재현되는 조짐이다.
◆ 10년물 7% 넘으면 못 버틴다
실업률 24%와 침체에 빠진 경제로 부채위기를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페인 정부가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서도 구제금융 요청을 꺼리는 것은 지원에 따라 붙는 엄격한 긴축안에 대한 부담과 가뜩이나 성난 민심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27일(현지시간) 2013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장은 이미 실망스러운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정부가 어떤 예산안을 발표하든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결국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 투자가들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 독립 투표 이전에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6% 선까지 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 선을 밟으면 스페인 정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대표는 “스페인 정부는 유로존의 잠재 폭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채권자들이 요구하는 조건에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구제금융, 위기 종료 아니다
시장의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스페인 정부의 구제금융 요청 여부가 아니라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부채위기가 종료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유로존 정책자들이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의 기금을 당초 계획한 5000억유로에서 2조유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독일이 반대 입장을 뚜렷하게 밝힌 데다 기금이 스페인 구제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미 번지기 시작했다.
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시장의 시선은 이탈리아로 급속히 이전하면서 투자심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긴축안의 부작용은 스페인 정부 뿐 아니라 시장 전문가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유동성 문제가 아닌 재정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긴축안이 펀더멘털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라는 데서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스피로 대표는 “스페인의 부채위기 극복은 앞으로 수년 이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 걸릴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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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