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으로 일궈낸 글로벌 실험동물 인프라 구축
![](http://img.newspim.com/content/image/2012/09/11/20120911000429_0.jpg)
[뉴스핌=고종민 기자] "불모지였던 한국 실험동물 산업이 발전한다면 어떤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사진)은 최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영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님의 저서 '실험동물의학'이 실험동물산업의 첫걸음을 딛게 해줬다"며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의 첫 사회생활은 1년간의 광양제철소. 실험동물과는 전혀 관계 없는 분야였다.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장 회장은 1989년 사업에 대한 꿈을 꾼다. 사업 아이템이 마땅치 않았다. 결론은 책에서 찾았다.
그는 보름 정도 교보문고에서 ▲적은 자본금 ▲미래 성장성 ▲중소기업 맞춤형 등을 감안한 아이디어를 찾았고 '실험동물의학'을 읽고 직접 이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장 회장은 "이 교수는 실험동물 사업을 만류했다. 당시 신약 개발 인프라는 걸음마도 때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실험동물은 바이오산업의 핵심적인 인프라 사업이다. 국가가 생명과학·바이오신약 등을 지원해줘야 가능한 구조다.
이 교수가 10년 후에야 가능하다고 충고했다는 게 장회장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의 생각은 달랐다. 역발상이 과감한 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
장 회장은 "돈이 없으니 10년 후에는 실험동물을 할 수 있는 자본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초기 사업이 정착되면 10년 후에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국내 신약 시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금이 모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업은 대구에 본사를 두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공공기관·대학·기업 등을 대상으로 했다. 당시 실험 동물을 생산하는 곳은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보건복지부·농림부 수의과학 연구원 등 4개 기관이었다. 네 기관이 수도권에 실험동물을 공급하면서 오리엔트바이오(당시 바이오제노믹스)는 지방의 틈새 시장을 노린 것.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실패는 무지에서 시작됐다. 장 회장은 실험동물의 모체를 과기부에서 데려와서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그는 "당시 민간에서는 비닐하우스에 원시적인 시설로 실험동물을 길렀다"며 "민간기업 최초로 공공기관을 뛰어 넘는 시설을 갖췄었다"며 "문제는 국내 모 대기업 제약사와의 거래 시도에서 나왔다"고 회고했다.
당시 대기업은 오리엔트바이오의 실험동물을 사용할 수 없다며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공기관에서 준 실험동물이 모체로 사용할 수 없는 유전자 오염 상태였던 것이다. 즉, 모체들은 교잡(유전적 조성이 다른 두 개체 사이의 교배)을 하지 않아야 하는 데 모든 기관들이 잘 몰랐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교잡된 실험동물을 들여와 실험 가치가 없는 상태로 영업을 한 것이다.
또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없는 모체도 문제였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는 작은 실험 동물 시장 점유율 80%의 찰스리버와 대형 실험 동물 시장 점유율 70%의 코반스의 모체 만을 표준으로 인정했다. 당시 실패에는 찰스리버의 모체 제공 불가도 한 몫했다.
실패는 10억원의 빚으로 돌아왔다. 그는 포기보다 재도전을 선택했다. 중국과 수교 1년 전인 1992년 조호생 박사와의 만남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장 회장은 "조오생 박사는 중국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한 인물"이라며 "그는 찰스리버와 코반스 모두에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를 통해 영국의 실험동물 기업인 B&K그룹의 벤틴 회장 등과 만난 것이 실험동물 노하우를 익히게 된 계기"라며 "다시 시작한 실험동물 사업은 5년여에 걸처 인프라를 개척하고 1996년에는 보건복지부에 제안, 1997년에는 신약개발업체로 지정받았다"고 덧붙였다.
10년여에 걸친 노하우는 1999년 7월 경기도 가평공장 완공으로 이어졌다. 가평 공장은 스웨텐 실험 동물 연구소 기술에 영국회사의 최신식 시설을 더해 대량생산체제로 설계됐다.
공장을 가동한 장 회장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실험동물 회사인 찰스리버그룹의 부사장이었으며 방문 의사를 내비쳤다. 찰스리버는 최신식시설을 두고 투자의사를 밝혔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경영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10년간 기술제휴를 관철시켰고 결국 찰스리버는 장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리엔트바이오의 실험 동물이 국제유전자표준(IGS)규격품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장 회장의 꿈은 글로벌 CRO(임상분석대행기관)로 오리엔트바이오를 키우는 것이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바이오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안심하고 한국에서 신약·바이오시밀러 등의 후보물질 임상분석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 현재는 찰스리버, 코반스 등을 통해 CRO를 위해 필수적인 소형·대형 모체를 모두 확보한 상태다.
그는 "글로벌 CRO는 계약 실험기관"이라며 "연구자들은 신약 후보 물질을 발견, 상품성 여부를 다지기 위해 CRO를 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신약 기술이 유출되지 않게 국내에도 글로벌 CRO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