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공후 2개월여만에 재검토는 사실상 철수의미
[뉴스핌=김홍군 기자] 지난 6월 27일 베트남 바리아-붕타우성 푸미 2공단에서 열린 포스코특수강의 베트남 철강공장(POSCO SS-VINA) 기공식.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기공식에 참석해 “글로벌 경영환경이 어려워 지고 있는 이때, POSCO SS-VINA 착공을 추진하는 것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베트남의 미래를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의 축적된 제철소 건설 및 운영 경험을 토대로, 베트남의 우수한 인재들을 활용해 본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특수강은 이날 2014년 7월까지 2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120t 규모의 전기로 제강공장과 함께 연간 100만t의 철근 및 봉형강을 생산하는 2개의 압연라인을 건설하는 베트남 사업의 첫 삽을 떴다.
당시 포스코특수강은 베트남의 철근과 형강 수요가 향후 매년 8% 증가할 것이라며,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철강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포스코특수강이 지난 6월 말 기공식을 가진 베트남 철강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기공식에 참석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가운데). |
포스코특수강은 베트남 사업을 착공한지 불과 2개월여만에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베트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가 실무팀에 내려갔고, 실무팀에서는 이달 들어서며 본격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회사측에서는 대규모 투자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점검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영진에서 이미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실무팀에 지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투자사업을 백지화하게 되면 설비공급사 및 시공사와의 계약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게 되는데, 이를 실무팀에서 맡았다는 것이다.
포스코특수강은 이탈리아 다니엘리사와 전기로와 압연설비 등 주설비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이다. 베트남 사업을 위해 설립한 현지법인 등의 처리문제는 알려지지 않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특수강 경영진이 포스코의 요청을 받아 사업을 접기로 하고, 후속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준양 회장까지 나서 기공식을 치른지 2개월만에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의외이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사수 비상..투자사업 '발목'
포스코특수강이 베트남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현재 포스코가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올 초부터 ‘신용등급(A-)’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4월 SK텔레콤,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의 지분을 팔아 58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492만주도 해외에 매각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또 100% 지분을 보유한 포스코특수강의 기업공개(IPO) 및 비주력 계열사의 구조조정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포스코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유지가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가 더 이상 A등급을 유지시킬 수 없다며 머지않아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의 신용등급 유지하려면 5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포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본 투자비만 2300억원 넘게 들어가는 베트남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워 백지화를 전격 결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베트남의 투자환경이 악화된 점도 재검토 배경으로 꼽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신용등급 유지를 위해 포스코특수강 IPO를 비롯해 재무구조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베트남 신규투자는 이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재추진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당분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으로 착공식을 가진 뒤 2개월여만에 사업 재검토에 나선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및 그룹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단견이라며 질책을 하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몸통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경영정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포스코의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