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등급 '더블에이(AA)' 진입 후 첫 발행
[뉴스핌=김사헌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역외 미 달러화표시 채권을 사상 최저 가산금리로 발행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31일 역외 채권시장 정보에 따르면, 무디스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뒤 한국물 투자적격채권의 스프레드는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다.
달러채 발행은 9월 미국 노동절 연휴까지 조용하지만 9월에는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벤치마크 규모의 달러본드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무디스의 등급 상향 조정이란 호재도 있고해서,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산업은행이 한국 기업 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최저 스프레드)으로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달러본드 발행을 위해 수요 태핑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이번에 무디스는 금융공기업의 등급은 국가신용등급 상승을 따라 올렸어도 공기업들의 등급은 대부분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발행 결과를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미국 재무증권 수익률이 거의 사상 최저수준이라는 점에서 발행 호기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은행은 앞서 29일에 예정된 벤치마크 규모의 달러화표시 채권 발행과 관련해 JP모간, 모간스탠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크레디트스위스, HSBC, KDB아시아 등 6곳을 공동 주간사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인수시장 관계자들은 한국 금융공기업들이 달러본드를 발행할 때 워낙 얇은 범위의 스프레드를 제시하기로 유명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에도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게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에 선정한 발행주간사에 겹치는 이름이 많고 또 산은의 증권자회사 KDB아시아가 이번에도 공동주간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관계에서 타이트한 발행 조건을 얻겠다는 선언처럼 들렸을 것으로 보인다.
역외시장 쪽에서는 그 동안 한국이 새로운 벤치마크 달러본드를 발행하지 않은 지 3년여 된 상황에서 새로운 한국 국채 커브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그 커브 형성의 1차 책임이 산업은행에 맡겨진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달러본드는 벤치마크 규모의 10년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중국이나 인도업체들이 강력한 수요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달러본드에 얼마만큼 북이 형성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6월 산업은행이 7억 5000만 달러~10억 달러 목표로 발행했을 때는 북이 20억 달러가 유입되었고, 발행금리는 가이던스인 +195bp에서 +185bp로 10bp 낮아진 바 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29일 현재 5년짜리 한국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104bp를 기록해 지난 7월말 보다 14bp 하락했다. 무디스 등급 상향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하락 폭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 프리미엄은 지난해 연말 161bp에서 꾸준하게 하락해왔다. 외평채 가산금리는 재무증권 대비 71bp로 역시 한 달 만에 26bp나 내렸다. 지난해 연말에는 171bp 수준이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신용등급 상승으로 한국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량채 매입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은행권의 가산금리가 국가 및 국책은행에 비해 과도하게 낮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9월에 가산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다소 하방 경직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