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B, '타겟 2' 통해 이미 스페인 구제 중
[뉴스핌=김사헌 기자] 유로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독일 국부펀드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관심을 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다니엘 그로스와 토마스 마이어 등은 2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유로존 금융시스템의 유지는 비효율적인 유로시스템이 아니라 독일 국부펀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로존 금융시스템이 와해되지 않도록 하려면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 역할을 유로시스템, 즉 유로존 중앙은행의 네트워크가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타겟2(Target 2)' 내의 불균형을 통해 이 같은 역할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겟 2'는 유로시스템이 운영하는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으로, 중앙은행 내에서 개별결제가 이루어진다. 또 이 시스템을 통해 통화정책이나 자금시장 공개조작 등도 이루어진다.
영국 랭카스터대학의 존 휘태커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스페인은 7월 현재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4230억 유로를 빌리고 있다. 1년 전 같은 시잠의 570억 유로에 비해 이 같이 대폭 대출이 증가한 것은 주로 스페인에서 독일로의 자본도피 때문이다.
유로시스템에서는 민간 자본이 스페인을 떠나 독일로 이동할 때 스페인중앙은행이 ECB에 부채가 늘어나고, ECB는 이를 독일 분데스방크에서 빌리는 식의 연쇄가 발생한다. 독일은 스페인 등지로부터 유입된 자본 때문에 ECB에 무려 7270억 유로를 빌려주고 있다.
휘태커 교수는 스페인의 유로존 이탈 여부와 공공부채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오로지 스페인중앙은행이 ECB에서 여신한도를 받지 못할 경우, 즉 독일 등 신용 공여국이 더이상 '타겟2'에 신용을 제공하지 않을 때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ECB는 '긴축' 조건을 달아서 스페인 국채를 매입할 필요도 없이, 아무런 조건없이 이미 '타겟 2'를 통해 스페인을 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휘태커 교수는 주장했다.
※출처: Institute of Empirical Economic Research, Osabrück University |
앞서 CEPS의 그로스와 마이어는 유로시스템이 민간부분의 잉여 저축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지속적인 대규모 경상흑자국가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부펀드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외화를 축적하는 것이 보통이며 사우니와 노르웨이의 오일머니로 형성된 국부펀드가 대표적이고 일본과 스위스도 민간부문의 구조적 흑자가 중앙은행을 통해 중개되는 경향을 보여준다는 것.
쟁점은 과연 이 같은 공공부문이 대규모의 흑자 저축을 효율적으로 중개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한다.
그로스 등은 독일인의 관점에서는 유로시스템이 비효율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분데스방크는 ECB에 대한 '타겟2' 채권 누적에 따라 ECB의 주변국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에 따른 신용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타겟2'는 결국 적자국이 ECB에 제공한 담보에 의해 보전되는데, 이들 담보 증권들의 질(quality)은 상당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ECB는 독일 은행들에게 '제로(0%)'의 명목금리를 주는데, 이는 저축하는 독일인들에게는 마이너스 실질수익률을 의미한다. ECB는 주변국 은행권에는 대출할 때 0.75%의 금리를 요구하는데, 이 정도로는 ECB의 자금운용 위험을 모두 커버할 수 없다. 결국 ECB는 독일 저축자들에게 장기 투자수단을 제공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로스와 마이어는 따라서 독일의 대안으로 '국부펀드'를 제안한다.
정부 기구가 저축한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수단을 제공하고 또한 양(+)의 실질 소득을 보증한다면, 이 국부펀드는 유로존 외부까지 포함하는 보다 다양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질 수 있다. 나아가 유로존에서 자금을 빠져나가게 하기 때문에 유로화 가치를 하향 안정화시키는 채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수출을 통한 성장이나 대외채무 해소를 원하는 유로존 국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이 보유한 외화 자산이 ECB의 제로 수익률 대출에서 벗어나 다양한 해외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유로존 내의 불규형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그로스 등은 이런 주장이 중상주의적인 견해라는, 즉 불균형 조정의 부담을 세계경제의 다른 나라들도 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차선책(次善策)'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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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