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서에 맞는 검색어 정책이 필요하다
[뉴스핌=김기락 기자] 어제 퇴근길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딸들과 만났다. 취학 전인 큰 딸이 달려와서 하는 말 “아빠! ooo 룸살롱이 과자야?”
순간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 모아졌다. 얼굴이 달아올라 나도 모르게 애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라고...
큰 딸이 네이버에서 우연히 본 검색어를 물어본 것인데 나는 마치 애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검색어 개편을 통해 뉴스 기사를 성인 인증 없이 볼 수 있도록 하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네이버 측 주장은 이렇다. 뉴스는 가장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성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무방하다는 것이다.
또 해외 포털과 비교해서 국내 포털은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네이버의 이 같은 결정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정보가 때로운 악이 될 수 있다. 과거 우리는 경찰이 범인을 잡는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언론이 ‘모방 범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광의의 의미에서 정의를 위하는 프로그램이었으나 방송을 접한 청소년들이 호기심 혹은 모방하는 차원에서 범죄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뉴스 기사를 성인 인증 없이 노출시키는 것은 지극히 콘텐츠 제공을 위한 ‘그들만의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 콘텐츠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점까지 예측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오늘도 한국의 수많은 아이들은 네이버의 ‘쥬니어 네이버’를 클릭한다. 그 속에서 뽀로로와 폴리도 만나고 동요도 듣는다. 쥬니어 네이버와 네이버 뉴스는 클릭 한번만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하루가 지난 오늘, 호통 친 큰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무 것도 모르고 아빠한테 물었는데 아빠는 화만 냈으니 아이가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
이 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네이버 덕에 정치권에도 관심을 갖을지 모른다. ‘이명박 룸살롱’, ‘안철수 룸살롱’, ‘박근혜 콘돔’ 등이 어제와 오늘 네이버 뉴스 실시간 검색어다.
네이버에 근무하는 경영진과 직원들은 전부 총각이나 처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식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무책임한 검색어 개편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 꺼니까. 그런데 그들 역시 어느 아빠의 아들이나 딸 아닌가?
콘텐츠, 정보, 서비스, 해외 포털 타령 보다는 한국 정서에 맞는 검색어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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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