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은행권이 올 들어 사들인 국채 규모가 지난해 매입 규모의 두 배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연초 시장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유로존 부채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이외에 은행권 ‘사자’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은행권은 총 1364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입액인 626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대출이 개점휴업 상황인 데 반해 저축이 늘어나자 초과 예금액을 국채 매입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말 기준 2개월간 은행 예금액은 3.3% 증가한 8조8800억 달러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 대출은 7조1100억 달러로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금액과 대출 잔액의 격차는 1조7700억 달러로 지난 5월 이후 15% 급증했다. 이는 2010년 7월 이후 최고치다.
ING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아메리카의 마이클 마타 머니매니저는 “은행권 예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은행은 늘어나는 지금을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경기 회복이 부진한 데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채 수익률이 당분간 큰 폭으로 상승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시장 전문가가 제시한 올해 10년물 국채 수익률 전망치는 3.5%였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은행권의 국채 보유 규모는 5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10년물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이다.
일부 시장 관계자는 은행권의 국채 매입이 장기간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률이 최저치까지 떨어진 만큼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크레디트사이트의 데이비드 헨들러 애널리스트는 “현 수준의 수익률이 지속될 경우 은행권의 국채 추가 매입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