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정부가 정유업체들의 독과점에 따른 국내 석유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도입한 알뜰주유소를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독과점 유통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내려도 국내 유가는 내리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알뜰주유소를 올해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주유소업계들이 알뜰주유소가 생겨도 가격인하 효과가 별로 없으며 오히려 마진없는 기존 주유소들만 죽이는 정책이라고 알뜰주유소 확대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정유업체들도 내심 동조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알뜰주유소의 가격을 두고 한바탕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간 휘발유 가격이 당초 100원 가량 날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정부가 헛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4월 이후 시행한 지 넉달도 채 안됐지만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또 일부 특정업체들이 알뜰주유소 간판을 내걸고 고객을 유인한 부분도 있어 ▲ 향후 알뜰주유소 확대 ▲ 정유사 공급가 의존도 완화를 위한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 알뜰주유소 가격공개와 모니터링을 강화해 정책효과가 소비자들한테 충분히 알려지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진: 한국도로공사(사장 장석효)가 지난 5월 25일 죽전휴게소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서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로는 50호점으로 지난 2월 1호 알뜰주유소가 기흥휴게소에 문을 연 이후 3개월만의 일이다. 도로공사는 오는 7일에는 하남만남주유소에서 고속도로 100호점 개장 행사를 열 예정이며, 올해 100호점 이상으로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
◆ 정부 알뜰주유소 강력 추진, 알뜰주유소 가격효과 과연 큰가
6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오는 7일 오후 하남에 위치한 알뜰주유소인 하남만남주유소를 현장방문할 예정이다. 하남만남주유소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로서 100호점인데, 이날 한국도로공사의 100호점 개장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의 경우 다른 고속도로 일반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당초 100개 정도로 예상했던 알뜰주유소를 100개 이상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현재 600여개의 알뜰주유소를 올해 연말까지 10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여기에 혼합판매, 석유류 전자상거래와 더불어 공공기관 공동구매 등까지 추진, 정유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그간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국내유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고 이익만 취하려는 정유사들한테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유사들 역시 팔짱을 끼고 주유소들의 반대여론에 몸을 숨기며 정부와 일종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으로 비춰지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알뜰주유소 정책효과는 아직까지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을 시행한 지 불과 넉 달밖에 안된 시점이라 정책완결이 덜 된 탓에 가격인하 효과가 아직 미진한 수준이고 일반주유소의 반대홍보전도 만만치 않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8일 지경부는 ▲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전국대비 43원, 시군구 지역대비 37원이 저렴하며 ▲ 알뜰주유소가 소재한 시군구의 지역의 경우 알뜰주유소 주변의 일반주유소의 가격도 전국 평균가격보다 4.27원 낮은 등 알뜰주유소에 따른 주변의 가격인하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거의 한 달이 지난 5일 지경부가 4~7월까지 휘발유 평균가격을 조사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 자영 및 고속도로, 농협 등을 포함한 전체 알뜰주유소의 전국가격은 무상표 자영주유소의 평균가보다 1~3원밖에 낮지 않았고 ▲ 자영 알뜰 주유소의 가격은 무폴 주유소보다 12~27원 가량 낮아 지난 7월초 발표 때보다 16원 이상 줄어들었다.
지경부는 이같은 차이를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에 가격차이폭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판매량이 일반주유소보다 1.5배 가량 판매량이 많아 국제유가 상승과 하락에 따른 가격반영이 빠르다는 것이다.
보통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는 정유사 공급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알뜰주유소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 가격차이가 줄어드는 반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에는 정유사 공급가격이 덜 낮아지면서 일반주유소의 가격도 덜 떨어지는 반면 알뜰주유소의 가격하락폭이 커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알뜰주유소 역시 국내 독과점 정유사들한테 일반주유소와 같은 휘발유를 공급받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가격차이가 심하게 나기 힘들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같은 공급가격을 받고서 알뜰주유소만 한정없이 가격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류에 대한 공급선을 향후 다변화해나갈 계획이다.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의 정유사 공급가 의존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삼성토탈을 통한 물량 확대 ▲ 석유공사 직접 수입 ▲ 전자상거래 수입물품 구매 등이 추진과제들이다.
◆ 알뜰주유소 내 가격차이,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비싸다
그렇지만 알뜰주유소 범주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격차이에 대해서도 이를 완화하는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기준으로 전국 623개 알뜰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881.01원이었다. 그렇지만 177개의 자영알뜰주유소는 1867.61원이었고 농협알뜰주유소는 1880.02원이었다. 또 89개의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1916.01원으로 나타났다.
알뜰주유소 내 가격이 전국평균 대비로는 자영알뜰이 13.40원 낮았고, 농협알뜰은 0.99원 낮은 데 그쳤으나, 고속도로알뜰의 경우에는 35원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고속도로 주유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경우 접근성이 제한돼 주요소간 경쟁이 부재하고 임대주유소 위주로 운영되는 등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고속도로의 경우 지역독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속도로의 경우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에서 200원까지 싸다는 점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경우 알뜰주유소가 인기가 더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알뜰주유소 범주 내에서도 자영알뜰이냐 농협알뜰이냐 또는 고속도로알뜰이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생기고 고속도로의 지역독점성을 특수요인으로 인정할 경우 소비자들한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야만 한다.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보다 싸다고 홍보가 될 경우 여름 휴가철에 장거리 여행을 할 경우에도 알뜰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소비자들이 출발 전에 고속도로에서 기름을 넣지 않고 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주유를 할 경우 그같은 가격차이를 모를 경우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영알뜰주유소가 일반 무상표 자영주유소(무폴)나 4대 정유사상표를 단 주유소(4대폴)보다 가격이 싸며, 가격편차도 자영알뜰주유소가 다른 무폴이나 4대폴보다 적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경부가 지난 4~7월 평균가격을 조사한 결과, 자영알뜰이 1932원이었던 데 비해 무폴은 1970원으로 자영알뜰보다 38원이 비쌌으며, 4대폴은 1993원으로 61원이 비쌌다. 또 가격편차는 자영알뜰의 경우 1820~2060원으로 240원이었으나, 무폴은 1800~2160원으로 360원, 4대폴은 1800~2200원으로 440원의 편차가 났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부 역시 특정시기, 특정지역에 한해 유가 추이나 주유소 마진 등에 따라 무폴보다 비싼 알뜰주유소가 일부 나타나기도 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뜰주유소가 모든 일반주유소보다 싸며, 알뜰주유소라면 자영알뜰이나 농협알뜰이나 고속도로알뜰이 무두 가격이 싸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부 주유소 단계에서 발생하는 초과마진을 방지하고 저렴한 공급가격이 소비자들한테 연결될 수 있도록 공급 및 판매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8월중 알뜰주유소도 주간 평균공급가격을 공개하고 알뜰주유소 내 인센티브와 벌칙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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